北, 반기문 방북 돌연 불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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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기문 방북 돌연 불허 “왜?”
  • 민경미 기자
  • 승인 2015.05.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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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기간 협의 거쳐 수락…전날 평양 급한 의사 결정 관측
유엔 사무총장 자격 봤는데 ‘남북관계’ 언급해 부담감 작용

[매일일보 민경미 기자] 북한이 21일로 예정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돌연 불허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총장은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의 개회식 축사에 앞서 "북한 측이 오늘 아침 갑작스레 외교 경로를 통해 저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결정을 철회했다"며 "아무런 설명은 없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물론 외교부와 통일부도 북한으로부터 반 총장 방북 불허와 관련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미 상당기간 협의를 거쳐 수락한 반 총장의 방북을 하루 전 날 갑작스레 뒤집은 것은 전날 평양에서 급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전날까지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던 북한이 하루 전 날 돌연 방북을 틀어버린 것은 전날 반 총장이 개성공단 방북 사실과 관련된 발언들에 대해 불만을 품었을 개연성이 크다. 

앞서 반 총장은 전날 "나의 (개성공단) 방문이 조금이나마 남북관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저의 이런 외교적 행보는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겠다는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애초 반 총장의 방북을 승인한 것은 남측의 당국자가 아닌 유엔 사무총장의 자격으로 보았기 때문인데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남북관계 관련 언급이었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크나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이번 반 총장의 방북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강력한 남북화해 메시지가 의도된 것이라는 반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특히 남북이 개성공단의 임금인상 문제 등 노동규정 개정을 두고 접점을 못 찾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행보가 고울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이 지난 14일 개성을 총괄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대변인 담화에 이어 이날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도 재차 개성공단 임금 문제에 대해 "남측 당국이 간섭할 하등의 이유와 구실이 없다"며 개성공단 문제를 이른 시일 내 협의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힌 것이 그 방증이다.

유엔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발사 등에 대한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를 오는 28일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 움직임이 일자 북한이 이에 불만을 품은 것도 이번 방북을 불허한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8일 위원회의 정기 활동 보고를 위한 회의에서 SLBM 발사에 대한 대응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반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규정하며 28일 회의에서 SLBM 발사 관련 건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정부 또한 북한의 SLBM 발사 이후 유엔 대북제재위에 이번 SLBM 발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엔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방한한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미가 '결단력 있는 대처'를 공언하고 강력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천명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도 반 총장 방북 불허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현재 국면이 내부적 긴장감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라며 "남한 사람인 현 유엔 수장의 평화 메시지는 지금 타이밍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남한과 '대화 의지'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등으로 북한에서는 '강경파'들이 득세하면서 미국 및 남한과 대결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의 한반도 정세나 핵문제 해법 등을 둘러싼 분위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남북관계만저 감정싸움을 벌이는 조건에서 반 총장이 이벤트성으로 오는 것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제동을 걸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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