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사태'로 본 4조 건강기능식품 시장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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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 사태'로 본 4조 건강기능식품 시장 허와 실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5.05.1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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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닥터' 앞세운 무분별한 건강프로 등에 피해는 소비자 몫
각계,관리 허술한 정부 집중 포화...유통구조 개선 한목소리

[매일일보 특별취재팀 권희진·안정주·박예슬 기자] ‘가짜 백수오’ 사태로 4조 규모에 달하는 건강기능식품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이 시장은 그간 저출산·고령화 진입과 동시에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향이 짙어지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번 백수오 사태로 보듯이 겉으로 보이는 성장 이면에는 각종 허위·과장 광고들의 난무와 검증되지 않은 제품 홍수 속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났다. 최근 논란 속에 소비자들을 상대로 불안감을 넘어 피로감마저 안겨주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허와 실을 짚어본다.

▲ A홈쇼핑에서 백수오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장면 일부 캡쳐.

#1. 주부 김모(35)씨는 갱년기 증상을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를 위해 평소 즐겨보던 홈쇼핑 채널을 통해 백수오를 구입했다. 그러나 김씨는 “친정어머니가 백수오를 먹은 후부터 ‘피부발진’ 등으로 밤에 잠을 못 잤다”며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여자 연예인이 제품을 통해 굉장한 효과를 봤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구입했는데 안 먹느니만 못한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2. 직장인 서모(52)씨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회사의 백수오를 먹고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그는 “평소에 술도 안 마시는데 너무 억울하다. 홈쇼핑 에서는 피해보상은커녕 발뺌만 하고 전액 환불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둘러싼 파열음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4년 식품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건강기능식품의 시장규모는 2009년 1조1600억원 대비 54.5% 급증한 1조792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식품군들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 규모는 이보다 2배 웃돌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비례해 소비자들의 피해 건수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개선책 요구 목소리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건기식 관련 소비자 피해건수는 2009년 404건, 2010년 451건, 2011년 772건 등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건강기능식품 생산실적.<자료=한국소비자원>

판 키웠더니 휘청이는 건기식 시장

소비자 피해를 키운 주범은 무분별한 방송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TV홈쇼핑, 종편, 케이블 등 다양한 방송 채널에서 검증되지 않은 건기식 제품을 선전하거나 판매해 이들은 매출 상승의 효과를 누렸지만, 피해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으로 전가됐다.

백수오 사태도 마찬가지다. 해당 제품에서 허가 받지 않은 이엽우피소가 혼합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저처의 발표가 이어지면서 건기식 식품 전반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논란이 되는 이엽우피소는 국내에서 식품원료로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결국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은 식품이 각종 방송 채널 등을 통해 불티나게 팔린 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 논란의 중심에 선 내츄럴엔도텍의 지난해 백수오 매출은 1240억원이다. 이중 75.8%(940억원)가 롯데·현대·GS·NS홈쇼핑, CJ오쇼핑, 홈앤쇼핑을 통해 판매됐다.

성분 논란은 환불 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형국인데다, 검증되지 않은 마케팅 꼼수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홈쇼핑들은 각종 의학, 건강 관련 프로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의사나 한의사,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켜 각종 건강보조식품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된 듯 과장 광고로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이른바 쇼닥터(닥터테이너)라 불리는 의사들이 홈쇼핑에 출연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인 의도를 갖고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10년간 복용하던 혈관약 끊었다”, “유산균 먹고 불임 여성 임신 성공했다”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방송에 언급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직접 출연하지 않고 사진 등을 통해 개발에 참여한 제품을 판매하는 의사도 있다.

이에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과 ‘쇼닥터 대응 TFT’를 구성해 일부 문제가 되는 쇼닥터들의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그 결과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가짜 백수오’ 파동에 따른 직격탄은 유통채널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소비자원이 ‘가짜 백수오’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줄었고,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16.4% 감소했다.

이마트의 경우도 지난해 동기 대비 전체 건강식품 매출 감소율도 7.2%로 조사됐다. 백수오 뿐 아니라 인삼, 유산균 등 일부 건기식 제품 전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백진주 컨슈머리서치 연구부장은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식품’인데 이를 광고할 때 마치 ‘치료제’인 것처럼 부풀려서 판매가 되는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들도 광고를 지나치게 맹신하기보다 이미 섭취한 사례를 참고해서 신중하게 판단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건강식품위해사례제품의 구입경로.<자료=한국소비자원>

전문가, 감시·유통구조 개선해야

이번 백수오 사태로 복지부와 식약처 등 관계 정부 부처도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건기식 관리 부실실태의 민낯을 스스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년간 판매된 백수오 사용 제품 32개 중 3개 제품만이 백수오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검사결과는 식약처의 방만한 건강기능식품 관리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질타가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식약처의 부실한 건강기능식품 관리 방식과 비과학적인 사후대처로 국민에게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지적했다.

한 전문의는 “이번 백수오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검사 인력이 부족한 탓에 백수오 성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야 ‘사후약방문’ 식으로 점검을 해 소비자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통 과정에 대해서도 “건강식품들이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직접 판매를 하기보다는 총판을 통해 마케팅이 진행되면서 과도하게 효능이 홍보되거나, 문제가 생겨도 제조사와 총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아 소비자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엽우피소의 부작용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를 돌연 취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당국이 논란을 피하기에 급급해 소비자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건강식품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과정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식약처는 SCI급 논문 몇 편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원료 자체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엽우피소의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도 “식약처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국민에게 안전성을 밝히지 않고 단지 중국, 대만에서 이엽우피소를 섭취한 사례가 있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안전성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취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 역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위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이미 늦었다고 본다”며 “0.1%의 위험성이라도 있다면 그에 대해 명백히 공개돼야 하는데 정작 당국인 식약처에서는 사후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당국의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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