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셰어링, ‘공유’도 ‘소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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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카셰어링, ‘공유’도 ‘소유’처럼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5.05.14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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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얼마 전 지인이 대뜸 자동차를 끌고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가족의 차를 빌린 거냐고 묻자 그는 “카셰어링”이라고 답했다.

‘카셰어링(car sharing)’이란 한 대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것을 말한다. 렌터카 업체와는 달리 일반 주택가 근처나 공용주차장에 보관소가 있어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해 경제활동을 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인 서비스라고도 볼 수 있다.

카셰어링을 제공하는 기업은 전국 서비스망을 통해 각 지역에 차량을 배치하고, 이용자는 회원 가입을 한 뒤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량을 검색하면 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속하기 때문에 일일이 별도의 계약서를 쓰거나 기다릴 필요도 없다.

IT 인프라를 활용하는 카셰어링 특성상 이용자 편의를 위해 각종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도 장점이다. 위치정보서비스(LBS)를 이용한 차량 관제나 스마트폰 예약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카셰어링은 지난 1950년대 스위스에서 사회운동 형태로 처음 시작된 이후 90년대 들어 서유럽과 미국에서 상업화됐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용적 소비성향이 대두되면서 확산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수가 일반화 돼 있어 미국의 경우 회사 보유 차량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개인 소유 차량을 공유하는 방식까지 진화했다. 국내에도 지난 2011년 10월 초부터 카셰어링이 도입돼 지난해 들어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카셰어링의 선두주자격인 ‘그린카’는 5월 기준 회원수 60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가 1만명도 채 되지 않던 사업초기와는 입지가 전혀 달라졌다. 최근 14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쏘카’도 올해 1분기에만 10만명의 신규가입자를 유치해 현재 60만명의 누적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카셰어링이 나날이 성장할수록 이용자들의 불만사항도 늘어 가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차가 아니라는 점을 이용한 일부 이용자들이 차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파손이 됐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아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차량 출고부터 반납까지 모든 과정이 무인(無人)으로 진행되는 카셰어링의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쏘카의 경우 이러한 점을 바로 잡기 위해 차량 내부 청결도에 대한 벌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전적으로 해당 이용자의 양심에 맡겨지고 있다.

공유란 말 그대로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쓰는 것을 뜻한다. 카셰어링 역시 차를 구매해 타고 다니는 ‘소유’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공유’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기왕 카셰어링을 이용할거면 자기가 사용한 시간만큼은 내 차인 것처럼 행동하면 어떨까? 보다 질 높은 공유경제 서비스를 위해 이용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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