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절벽 대해부-인구절벽③] 불안한 보육, 흔들리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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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절벽 대해부-인구절벽③] 불안한 보육, 흔들리는 정책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5.10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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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어린이집 폭행사건, 첫 단추부터 잘못 꽸다
▲ “누리교육, ‘기분’이 아닌 ‘기본’이다 전북어린이집연합회 회원 3천여명이 노동절인 지난 1일 전북도교육청 광장에서 ‘김승환 교육감 주민소환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난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4살 어린이가 보육교사에게 폭행을 당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육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사건이 터진지 4개월이 지난 현재, 아직도 제대로 된 보육정책 개선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보육정책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천문학적 정부 예산은 전부 어디로?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 0~5세 어린이는 총 120여만 명이다. 이들 어린이의 보육은 국가 재원으로 이뤄진다. 즉, 어린이집 역시 국가목적 사업으로 공적 영역의 개념에 해당되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 예산의 보육 사업 투입 현황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는 2013년부터 무상보육 체계를 갖추고 연간 10조원이 넘는 보육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매달 만0세는 39만4000원, 만1세는 34만7000원, 만2세는 28만6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만3~5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이라는 보육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 나이 구분 없이 한 달에 22만원씩을 지원한다.

이렇듯, 보육 정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의 규모만 보면 왠만한 OECD 국가 부럽지 않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문제는 어린이들의 보육정책 재원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데 이를 집행하는 시설은 민간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 4만3700여 개 어린이집 중 공립 어린집은 약 5% 가량인 2500여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95%에 해당하는 4만개 소 이상이 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이들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어린이집 원장이나 이사장이 건물과 보육시설을 짓는데 공사재원을 투자한다. 서울의 경우 대략 20억, 대구는 10억원, 전북은 5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여기에 보통 일반 상가를 거래할 때 주고받는 권리금이 어린이집 매매에도 책정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민간 어린이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아동 1인당 평균 권리금은 219만3000원에 달한다.

즉 무상보육으로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어린이집 보육 과정에서 민간 어린이집 시설이 어린이집 원생을 상대로 보육비를 거둬들이는 것은 국고 횡령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 2011~2014년 유형별 전국 어린이집 숫자. 자료= 통계청 제공

일상화된 불법…희생되는 어린이·교사

정부가 투자하는 보육예산을 사용하는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는 원장 및 보육교사의 인건비만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보육 어린이와 교사 수를 실제보다 부풀린 허위 통계를 내세워 보육비와 임금을 부당하게 타내는 등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장삿속에 혈안이 된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더 많은 이득을 보기 위해 인건비를 쥐어짜낸다. 아이들은 많이 받고 교사는 최대한 적게 채용하고, 최대한 적은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민간 어린이집은 평균적으로 교사 1인이 만3세 이상 어린이 20명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교사 수가 턱없이 모자르다. 적은 숫자의 교사들이 많은 어린이들을 맡다보이 하루 평균 근로 시간 역시 10.2 시간에 달할 정도로 길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진 보육 교사들이 받는 한달 평균 임금은 겨우 144만원에 불과하다.

보육 교사의 열악한 지위는 예비 교사 지원자 층의 수준 하락 및 보육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불러온다. 실제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내려면 보육과목을 은행제 수업이나 사이버 수업으로도 기본 학점만 이수하면 한 달 실습 후 자격증 취득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는 보육교사 자격증 신청자의 96%가 교사 자격증을 획득할 정도로 보육교사 자격증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와 보육교사 교육 사이트, 관련 자격증 학원들뿐이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의 근본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자진 미달의 교사들이 있다. 그리고 이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 어린이들이다.

▲ 2007~2012년 각 유형별 전국 보육시설 종사자 숫자. 자료= 통계청 제공

‘복피아’ 그리고 무능과 갈팡질팡

비리로 얼룩진 특정집단이 장악한 관료층의 무능행정을 일컫는 용어인 ‘관피아’의 보건복지부 버전인 ‘복피아’는 우리나라 보육정책을 더욱 멍들게 하는 주범이다.

지난 1월 폭행 사건이 벌어진 인천 송도 어린이집 시설을 비롯한 부실한 어린이집을 솎아내기 위해 국가는 ‘한국보육진흥원’이라는 공기업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진흥원의 고위직은 보건복지부 퇴직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이 기관에서 민간어린이집을 심사하는 심의위원 240명중 어린이집 원장 51명이나 된다. 감사를 받는 자가 스스로 감독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폭행 사건이 벌어진 인천 송도의 어린이집은 이 진흥원 심사 결과 평가 점수 95.36점을 획득,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눈 가리고 아웅’인 현행 어린이집 평가 제도를 근본부터 뜯어고치고 어린이집 지도 점검 매뉴얼을 대대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어린이집 폭행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그제서야 산하 공무원의 어린이집 현장실습에 나서고 있다. 매년 10조원이 넘는 보육 사업 현장을 사고가 터진 뒤에서야 방문하는 ‘사후약방문’ 처방을 남발하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교육청 사이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갈등도 문제다. 중앙 정부는 지방 교육청 잉여금과 지방채 발행으로 누리 과정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지방 교육청은 국비로 조달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누리과정 예산은 3조9284억원에 달한다. 이 중 유치원 교육비가 1조7855억원, 어린이집 보육료가 2조1429억원이다. 예산 편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누리과정 사업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폭행 사건이 터진 어린이집은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이었다. 즉, CCTV가 어린이집 폭행 사건 방지에 있어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실시간으로 학부모가 어린이집을 감시 할 수 있는 고성능 CCTV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논의가 일고 있다.

이 시설의 설치에 드는 예상비용만 약 800여억원에 달한다. 이를 위해 관련 CCTV 네트워크 카메라 업계는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정부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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