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 집 마련의 고민...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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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집 마련의 고민...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나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5.06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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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요즘 30대의 지인들을 만날 때 빠짐없이 듣는 말이 “주택 대출 이자가 이렇게 낮은데 지금 집 사도 되나”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 정책이 확고하게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인가 고민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30대의 고민은 더욱 깊다. 대부분 자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 30대들은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마련 중이거나 현재 전셋집에서 살면서 전세 계약이 종료돼 다른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이 많다.

그러나 유례없는 전세난으로 인해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은행 실질 이자가 마이너스를 찍을 정도의 저금리에 집주인들은 전세금에 대한 투자 매력을 상실했다.

전세금으로 이득을 보지 못한다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전세 계약이 종료되는 2년 후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되돌려 줘야 하는 전세보다 다달이 집세가 들어오는 월세로 매물을 돌리면서 시장에서 전세 물건은 씨가 말랐다. 전세 매물이 실종되면서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 선을 돌파할 정도로 전세가는 가파르게 치솟아 매매가에 거의 근접했다. 일부 과열 지역에선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다.

전세 물건도 찾아보기 힘들고, 얼마 남지 않은 전세 물량의 전세가는 매매가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싸다. 결혼을 위해 전셋집을 구해야 하거나, 전세계약이 종료돼 다른 전셋집을 또 다시 알아보러 다니는 30대 앞에 놓여진 전세시장 환경은 가혹하다.

전세주택의 실종, 비싼 전세가, 낮은 주택 대출 이자율 등 모든 기반 환경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더라도 이 기회에 내 집 마련을 하라’고 부채질하고 있다.

비싼 전셋값과 실종된 전세 물건 구하기에 지친 30대의 선택이 주택 구매로 쏠리는 것은 실제 통계 자료로도 확인된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청약 결과가 발표된 서울 및 수도권 18개 단지, 9959명의 청약 당첨자 중 30대가 3882명으로 전체의 38.8%를 차지해 연령대 비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존에 내 집 마련에 주로 나섰던 연령대인 40대의 비중은 2762명(27.7%)으로 30대에 비해 무려 1000명 이상, 10% 포인트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낮고, 보유자산도 적은 30대가 집을 사려면 큰 빚을 지는 수 밖에 없다. 2월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39세 이하 젊은 층 대출잔액 비중은 5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3.6% 증가했다. 이는 40대(11.6%), 50대(7.9%), 60대 이상(7.7%)의 증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소득이 낮은 30대는 주택 구매시 대출을 무려 80~90%까지 끼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연히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대출금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기 일쑤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사라지고 다시 금리가 인상되면 현재 30대가 무리해서 지고 있는 주택 대출 부채는 미래 대한민국 경제에 커다란 폭탄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여기에 공급 과잉으로 인한 집값 하락도 문제다. 물론 30대의 주택 구매 성향은 가격이 오른 집을 되팔아 이득을 보는 투자의 목적보다는 ‘내 집 마련’이라는 실수요자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큰 대출을 끼고 장만한 내 집값이 떨어지면 속이 쓰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속담에 따라 젊은 30대가 용기를 내서 배에 올라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그러나 내 집 장만에 성공한 30대가 올라탄 넓은 바다에 거센 태풍이 언제 다시 불어와 이들이 타고 있는 배를 모조리 침몰시킬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불안하다. 장차 국가의 중심이 돼 경제를 이끌어나갈 이 30대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짜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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