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골든타임’은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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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골든타임’은 이미 끝났다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5.05.05 16: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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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절벽 대해부-인구절벽①] 20년 늦은 ‘브레이크’…그러고도 또 넋을 놓다

[매일일보] 정확한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다. 아무리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라 해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면 어떠한 처방으로도 위급한 환자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인구정책에 있어 ‘골든타임’은 이미 끝났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그 지점에서 정확한 인식과 처방이 가능하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 출산율’(이하 출산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나의 나라가 국가로서 유지되기 위한 ‘최소 출산율’은 1.8명이고,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인구대체 출산율은 2.1명이다. 

대한민국은 1983년에 2.06명으로 인구대체 출산율을, 이듬해인 1984년에 1.74명으로 최소 출산율을 스치듯 지나쳐 버렸지만 1960~70년대 시작된 ‘산아제한정책’은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가 급브레이크를 밟기 전까지 20년간 계속 이어졌다.

코앞의 인구절벽…인구 늘리려면 ‘극약처방’ 불사해야
‘남녀 분리교육’ 철폐부터 ‘자살예방’까지 총동원 필요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든 과정들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4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가 43만5300명으로 전년(43만6500명)보다 1200명(0.3%) 감소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것으로 집계돼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비해버린 ‘골든타임’

참여정부 김화중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3년 2월 27일 취임사에서 기존의 산아제한정책을 접고 저출산 대책으로 인구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할 때까지 온 나라가 ‘덜 낳아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넋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골든타임’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출산율은 저출산 대책이 국가정책으로 채택된 2005년 1.076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이후 소폭 반등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산율은 2008년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해 출범한 이명박정부가 이른바 ‘ABR(Anything But Roh : 노무현이 했던 일은 모두 뒤집는다)’ 기조를 내세우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부터 다시 소폭의 등락을 보이고 있는 출산율은 지난해 1.21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듯한 정치적 문제가 국가존립을 결정지을 문제에 있어서 귀한 ‘골든타임’을 그대로 허비해버린 원인이 된 것이다.

예정된 미래…기사회생의 길 있나?

한국의 ‘선행사례’로 지목되는 일본에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점인 1990년 초반부터 자산과 부동산 시장이 모두 내리막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인구 감소로 인해 사회의 고질병이었던 청년실업 문제까지 ‘자연 해소(?)’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1980년 25.9세였던 국민 평균 연령이 1995년 31.2세로 30세에 진입했는데, 다시 20년 만인 지난해 한국인의 평균 연령은 40.3세로 사상 첫 40대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은 2년 뒤인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2018년에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로 들어설 운명에 처해있다. 

국가 전체가 빠르게 늙으면서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인구가 줄어들어 소비 여력이 축소됨으로써 경제가 서서히 둔화되는 ‘인구절벽’이 이제 그야말로 ‘코 앞’까지 다가왔다는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인구를 다시 늘릴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야한다.

정책 시행의 적절한 ‘때(골든타임)’를 이미 놓친 상황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고,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처방은 더 극단적이고 강렬할 수밖에 없으며 어느 정도 부작용까지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는 뜻이다. 

인구정책의 ‘공격과 수비’ 측면

인구 절벽 문제에 대한 정책적 처방은 크게 공격과 수비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공격’적 측면은 말 그대로 한 명이라도 더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우선 현재의 저출산 문제에 있어 이미 표면적으로 드러난 최대 원인인 ‘만혼(늦은 결혼) 문제’에 대한 국가적 개입이 첫 번째이다.

여기에는 서민형 주거단위의 확대를 통한 동거와 결혼 비용 저감 정책, 출산과 육아, 교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문제가 포함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느 한 단계도 국민 개개인에게 부담스럽거나 힘든 일로 느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말이다.

더불어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비혼·미혼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배타적 시선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요즘 젊은이들의 적지 않은 수가 ‘연애’를 아예 남의 일로 생각하고 연애 자체를 시도하지 않게 만드는 배경이 되는 고질적인 ‘성 분리 교육정책’에 대한 전면 철폐(쉽게 말해 남중·남고·여중·여고 폐지)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 ‘수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출산인구 감소와 노령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출산율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 사회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 말이다.

여기에는 부족한 인구를 보충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서의 이민정책과 통일정책(북한 노동력의 유입) 그리고 과거에 비해 그 소중함의 크기가 더 커진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를 허무하게 잃어버리게 만드는 자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도 포함된다.

예산과 국민인식이란 ‘변수’

모든 국가정책이 그렇지만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대안들 역시 예산소요와 국민 인식 전환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따라온다.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보육과 교육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은 이미 일정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지만, 대규모 예산집행을 수반하는 문제이다 보니 지자체 단위와 중앙정부 사이의 갈등요소로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이민정책 그리고 통일정책(북한 인력수급)의 경우 예산보다는 국민인식 전환이 더 중요한 변수이다. 특히 ‘외국인(북한 포함) 노동자=저임금’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두는 것은 노동시장을 왜곡해 안그래도 팍팍한 서민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어 저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산은 별로 추가로 들지 않을 것이지만 정서적 저항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관용과 포용 문제이다. 

여기에는 몇 해 전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공론화를 시도했다가 잊혀진 바 있는 무분별한 낙태시술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혼·미혼 출생아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및 지원 확대가 포함된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기차는 ‘인구절벽’이라는 끊긴 철로를 향해 내달리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승객들이 서로 남보다 더 편한 자리를 얻으려는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는 듯한 모습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복잡한 대한민국 정치상황은 중장기적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론을 모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인구문제에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이래도 되나’ 고민하고 싸울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이제라도 ‘현실’을 정면으로 인식하고 활로를 찾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결단과 과감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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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15-06-08 12:58:21
한국이 저출산을 해결하려 지금 극약처방을 한다면 서울의 모든 재건축 아파트를 개발해서 미혼남녀 직장인들에게 제공해야함. 그러나 그건 지금 딱 봐도 불가능. 즉 저출산의 재앙은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