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잊혀진 상표 ‘대우차’의 때아닌 이름값
상태바
[기자수첩] 잊혀진 상표 ‘대우차’의 때아닌 이름값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5.04.28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대우차가 별안간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우차가 남긴 상표를 놓고 ‘되찾으려는 곳’과 ‘지키려는 곳’의 입씨름 때문이다.

최근 대우인터내셜과 한국GM은 대우차가 남긴 이름값에 집착하고 있다.

대우차는 앞서 미국 GM을 통해 헐값에 매각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1990년대 동유럽과 아시아를 주름잡던 대우차가 IMF 여파로 2002년 GM에 팔리는 비운을 맞으면서 ‘대우차 성공신화’도 쓸쓸히 막을 내렸다.

당시 매각 과정에서 브랜드 사용권도 GM이 확보하면서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된 대우인터내셔널에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우차 브랜드의 ‘소유권’은 대우인터내셜에 있지만 ‘사용권’은 GM에게 있는 상태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이 한국GM에 대우차 브랜드 사용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양사의 공방전이 시작됐다.

대우인터내셜의 이러한 브랜드 사용권 요구는 대우 브랜드를 되찾아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차를 양산할 요량이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신설하는 국영 자동차회사 지분 15%를 600억원에 인수해 3대 주주로 참여, 2018년부터 대우 이름이 들어간 차를 양산하기 위한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국GM이 대우차 상표권을 가지고 있으나, 수 년째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브랜드 가치 훼손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결국 ‘가지고만 있고 안 쓸거면 돌려달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요구에 한국GM의 심기는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한국GM은 대우인터내셜이 계약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모자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대우 상표 독점 사용권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감놔라 배놔라’ 하는 처사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국GM 측은 브랜드 사용권을 되돌려달라고 압박이 이어진다면 계약 위반에 따라 법적인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소유권과 사용권이 나눠져 있어 벌어진 밥그릇 다툼. 과연 누구의 말이 일리가 있고 적법한 권리가 있는 것일까.

이들 기업의 각각의 사정을 치우쳐 듣다보면 나름의 이해도 간다.

결국은 이름값을 취해 미래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올린 금자탑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될 일이다.

명성이 높은 만큼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이 ‘이름값’이다. 양사가 서로 물고 뜯는 비방으로 이어지는 감정소모전으로 치닫기 이전에 지혜로운 소통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보일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