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창성 기자]배가 많이 고픈 사람은 무엇을 먹을지 보다 어떻게든 먹겠다는 고민을 할 것이고, 배부른 사람은 다음엔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을 것이다. 생각의 차이만 있을 뿐, 먹고 사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은 같다.
기업의 먹거리 고민도 사람과 같다. 현재 배불리 먹고 있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다음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세상에 내놓을 요리법도 고심한다.
반면 허기진 기업의 고민은 처절하다. 먹거리가 있어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지불할 돈도 부족하고, 그렇게 먹고도 매 끼니를 빠짐없이 챙겨 먹는 먹성 좋은 대기업 틈에서 아사 직전에 몰려 있다.
21세기는 잘 나가던 기업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시대다. 그만큼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드가 빠르게 전환되고 다양성도 무궁무진하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도 결국은 더 큰 기업이 매번 배를 채우는 수순에는 변함이 없다. 그 틈바구니에서 아사 직전의 기업은 널려 있고,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기업도 허다하다.
국내 기업의 1위 사업자 쏠림이 심각하다. 먹거리의 다양성은 풍부한데, 포식자의 힘이 워낙 막강해 배불리 먹어본 게 언제인가 싶을 정도다.
잠시 주춤했던 삼성전자는 다시 기지개를 폈고, 한 번 배를 채워본 LG전자 역시 그 맛을 알아 버렸다. 그 틈바구니에서 팬택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네이버의 배는 먹어도 먹어도 꺼지지 않고 있어 다음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배부른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 기회는 철저히 보장되고 있지만 아사 직전의 기업들은 내일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현실에 처해 있다. 배불리 먹은 기업에겐 매번 찬사가 쏟아지고, 오랫동안 양껏 먹지 못한 기업에겐 위로조차 없다.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혼자 배불리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그렇게 먹다간 언젠간 배탈 난다. 누구보다 더 많이 먹겠다는 고민 보다는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해야 모두의 배가 든든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