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절벽 대해부-재정절벽⑤] “복지는 좋지만 내 돈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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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절벽 대해부-재정절벽⑤] “복지는 좋지만 내 돈은 안된다”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4.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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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세원 충당하려 직접세 대신 간접세 증세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은행과 여타 경제 분석기관들은 올해 세수부족 규모를 7조원 안팎으로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악화되고 있는 경제성장률 등의 영향으로 전년과 마찬가지로 10조원 안팎의 세수부족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세수 부족은 저성장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발생한 2012년 2조7000억원 가량의 세수 펑크를 시작으로 4년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상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에 대한 질책과 조세저항을 우려해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인 증세 정책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세수 부족을 이유로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전방위적 공감대 형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금에 대해서 강한 저항감을 드러내는 조세저항은 일반적으로 ‘복지는 좋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싫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한 조세저항은 정권과 집권 여당에 대한 표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에서부터 연말정산까지 사실상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실제 증세를 했더라도 ‘사실 증세라고 할 수는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간접세를 조세저항이 비교적 크지 않아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용이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해당 항목을 꾸준히 인상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나 개별소비세 등을 의미하는 간접세는 법인세나 소득세 같은 직접세와는 달리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과 내는 사람이 달라 조세저항을 덜 받으며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지난 대선 국면 당시 작성된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기본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가가치세를 증세 1순위 후보로 꼽고 있다. 그리고 해당 보고서에 나온 그대로 정부는 인상률 80%에 달하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서 최근 주류 가격 인상안을 논의하고 있다.

OECD 역시 올 초 펴낸 ‘구조개혁평가보고서’를 통해 향후 정부 지출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환경세,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확대하고 근로소득세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처럼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간접세에 대한 증세를 이어나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이다. 대표적으로는 빈부 격차 확대다. 간접세는 소득에 따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1억 버는 사람 100만원 버는 사람 다 똑같은 비율로 세금을 내게 된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조세저항의 원인이 단순히 ‘내 주머니’만 챙기는 시민 개개인의 이기심에만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의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일컬어진 연말정산 문제 역시 단순히 내 환급액이 줄어들었다는 지점보다는, 법인세는 인하하면서 직장인의 유리지갑은 전부 털어간다는 지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른바 부자감세에 따른 형성평의 문제다.

이에 야당은 “연말정산 세금폭탄의 유일한 해법은 법인세 정상화뿐”이라며 정부여당을 거듭 몰아붙이기도 했다.

실제 기획재정부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는 1조5000억원 줄고, 소득세는 4조8000억원 늘었다. 이명박 정권이 법인세율을 3%포인트 낮추면서 법인세보다 소득세가 더 많이 걷히는 역전 현상이 생겼고,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벌 감세로 구멍난 법인세수를 직장인들 세금으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간접세는 많이 거두면서 상대적으로 복지 혜택이 적은 것 역시 조세저항의 근거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2011년 우리나라 국세 수입에서 간접세 비중은 49.7%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는 10% 포인트 이상 높다. 이는 복지 수준이 높은 프랑스나 스웨덴 등 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 역시 OECD 34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이미 간접세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조세저항을 모면하기 위해 또 다시 간접세 인상만을 논의하는 것은 MB정부 때부터 가속화된 소득재분배 악화를 더욱 조장하는 것”이라며 “증세가 필요하면 법인세 감면 축소를 통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먼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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