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의 실체 없는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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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방통위의 실체 없는 회초리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5.04.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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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김창성 기자

[매일일보 김창성 기자]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에 대한 영업정지 제재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휴대전화 보조금을 과다 지급해 이동통신 시장 과열을 주도한 책임을 물어 SK텔레콤에 내린 7일 간의 신규 가입자 모집금지 조치를 즉시 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 4명은 이 같이 의견을 모으고 향후 국내외 시장 상황과 이통 시장 과열 정도, SK텔레콤의 시정명령 이행 및 개선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참 우스운 작태다. 이통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 기관이 기업에 대한 영업정지 제재를 확정해놓고도 국내외 시장 상황과 과열 정도, 해당 기업의 시정 명령 이행 및 개선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 시기를 결정하겠단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영업정지 제재를 내렸단 말인가?

어지러운 시장 과열 현상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시끌벅적하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했지만 허사였다. SK텔레콤이 시장과열을 주도했다고 해놓고는 정작 제재 일정은 잠정 연기하며 언행 불일치의 전형도 보여줬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사들은 지난해 이맘때에도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 그것도 역대 최장 기간인 각 45일간의 영업정지. 늘 그랬던 것처럼 시장과열을 주도했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이통 3사는 측면 돌파로 악재를 극복했다.

이통 3사는 당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5 출시 기간에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지만 꼼수 논란 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정식 출시일 보다 보름가량 앞서 선 확보한 물량을 시장에 풀어버렸다.

이통 3사는 수년 간 가입자 이탈이라는 물고 물리는 관계로 얽혀 경쟁을 벌여온지라 정부의 제재에도 꼼수로 논란을 돌파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어 보였다. 지난해 경쟁사와 꼼수에 가담했던 SK텔레콤은 정부가 알아서 봐준 덕에 올해는 맘 놓고 고객 확보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잘못을 범한 기업도, 잘못을 지적한 정부도 모두 한통속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그들은 게의 치 않는다. 반성이 없는데 개선할 턱이 있나. 의지가 없는데 회초리는 들어서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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