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초대석]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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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초대석]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 안정주 기자
  • 승인 2015.04.0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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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부족한 복지제도, 성숙화 시켜야”
▲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한국 사회의 복지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미국의 사회복지사업가 헬렌켈러의 유명한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일평생 사회복지에 앞장선 이가 있다. 바로 차흥봉(73)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차 회장은 한국 사회복지사에 산 증인이자 우리나라에 사회복지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선구자이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회복지 단체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매일일보>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에서 차 회장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다음은 차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 1952년에 세워진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들을 위해 민과 관의 가교로서 민·관의 연계와 협력을 이끄는 민간사회복지기관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수직적으로 이어지는 전국 사회복지협의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수평적으로는 사회복지 각 분야의 시설·기관·단체들과의 연계·협력을 통해 다양한 민간자원을 발굴·육성·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잘된 점과 더불어 문제점은 무엇인가.

- 광복 전까지 우리나라 복지는 많이 어려웠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해 선진국가의 복지제도와 비교했을 때 현재 7부 능선 정도 와있다고 볼 수 있다. 복지제도라는 게 결국 국민들이 잘 먹고 잘사는데 도와주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의료보험 제도, 의료급여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같은 ‘건강’, 국민연금,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소득과 관련된 ‘경제’, 사회복지시설, 사회복지서비스와 같이 취약계층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생활’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되는데 이 모든 것이 꽤 발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완성도가 떨어지고 더 성숙되어야 하기 때문에 7부 능선이란 표현을 했다. 복지제도의 틀은 만들어져있지만 내실이 부족한 상태다. 예를 들어 연금제도의 경우 1988년, 비교적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수급하는 사람이 전체의 35% 정도밖에 되질 않고 받아도 그 액수가 너무 적다. 이런 점이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복지를 제도적으로 잘 갖추려면 재정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세금이나 보험료를 더 내야지만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데, 국민들이 그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되느냐는 것도 큰 과제다. 또한 복지가 발달됨에 따라 부정, 부패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 복지자금을 받는다던지 과도하게 남용을 해서 준다던지 등의 문제다.

또 복지혜택을 받음으로써 일할능력이 있어도 스스로 자립하지 않고 복지에 안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사례는 기존 복지 선진국가에서도 발생했던 일들이다. 부정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 능력이 되면 스스로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 내실이 부족한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제도를 성숙화 시키는 것이다. 현재 비어있는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제도에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급여의 내용을 충실히 하며 수준을 높이고, 또 서비스 질을 높여주는 등이 제도를 성숙화 시키는 방안이다.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재정은 지속가능한 복지제도(sustainable welfare system)를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다. 즉 재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복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는 계속 발전시켜나가고 재정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복지의 속도와 방향을 재정이 감동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발전시키면 그리스와 같이 나라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수 있다.

즉 재정문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 이슈가 되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과 같이 국민들 모두에게 무상복지 정책을 펼칠 경우 그리스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줄 것이 아니라 정부가 돈을 낼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받는 게 맞다 생각한다.

부정수급자들에게는 ‘책임’과 ‘처벌’의 원칙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이 스스로 자립하게 도와주는 복지제도(welfare to work)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복지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

-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족해체, 실업, 교통사고, 산업재해, 노령, 사망, 질병 등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국민이 이러한 위험에 닥쳤을 때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쳐주는 것이다. 또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사회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

50년 넘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셨는데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 대학 전공까지 합하면 53년간 복지와 삶을 같이 했다. 이 분야에 오래 몸담은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미래방향을 제시하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그에 따른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노인문제에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지구촌의 노인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학회인 ‘세계노년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곳에서 전 세계 노인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지구촌의 인구고령화 및 노인문제의 대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이에 관련해 세계노년학회에서는 세계대회와 5대륙의 지역대회를 4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앞서 2013년에는 우리나라에서 20차 세계대회가 열린바 있다.

내년 6월에는 전 세계 사회복지전문가 3000명 정도가 모인 ‘세계사회복지대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대회는 격년마다 대륙 간을 이동하면서 열리는 사회복지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로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데 이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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