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터널공사 생태계 파괴"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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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터널공사 생태계 파괴" 현실화
  • 안미숙 기자
  • 승인 2006.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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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공사 본격화되면 다른 계곡과 고층 습지 파괴 우려
[매일일보=안미숙 기자]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터널 공사의 적정성 여부를 가늠할 환경영향 공동조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환경단체 측이 터널공사의 영향으로 인근 계곡 물이 고갈됐다고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의 지역은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중의 하나인 13-4공구 원효터널의 사갱터널 출구 근처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장과 인접한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와 주남리 일대의 계곡 물이 이달 초부터 급격히 줄면서 계곡바닥이 마르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사갱을 통해서는 많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곡물이 갑자기 마르게 된 이유는 계곡 근처의 사갱 공사가 지하수맥을 건드려 계곡으로 흘러야 할 물이 엉뚱하게 사갱을 통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천성산 논란의 핵심이었던 계곡수의 변화가 사갱 공사만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본격적인 원효터널공사가 진행된다면 다른 계곡과 고층 습지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또 "이같은 생태계 파괴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만큼 공동조사단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도 "예년에는 아무리 갈수기라도 계곡물이 완전히 마르지는 않았는데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며 "생활용수인 지하수 수량은 아직까지 줄지 않았으나 나중에 고갈될까봐 걱정 된다"고 말했다.

소주천의 지역주민은 예전에는 계곡물을 이용하여 농장에 물을 대었으나 지금은 집에서 물을 길러와 사용하고 있다면서, 사갱에서 하루 4~5차례 물을 방출하고 있으나 사갱에서 방출되는 물은 시멘트가 섞여 있어 사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역 이장과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지난 수십여 년 동안 한번도 마른 적이 없던 계곡물이 사갱 공사가 진행된 후 처음 맞이한 갈수기에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이들 계곡물은 수질이 좋아 지역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 계곡을 흐르는 표면뿐만 아니라 계곡 바위와 모래 틈 속까지 완전히 물이 고갈되었다.

지금까지 천성산 고속철도 환경문제의 핵심은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와 계곡수의 유출과 고갈 등의 논란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자신 있게 장담하던 터널공사의 환경 영향 없음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된 것이므로, 문제가 된 계곡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공사 중지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증거는 주남천·소주천·혈수천의 계곡물은 말라버렸으나 터널공사현장에서는 물이 꽤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 또한 터널공사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미타암 아래 주진천은 계곡이 말라붙지 않고 계곡물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진천의 계곡이 말라붙지 않은 것이 주남천·소주천·혈수천의 물이 말라버린 것이 몇 달간 비가 내리지 않은 탓이 아니라 터널공사의 영향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지하수 유출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사갱 때문이다.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은 천천히 진행된다. 사갱의 영향이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현재 공동조사단활동이 재개될 수 있도록 고속철도공사가 민간위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천성산 환경영향조사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발생된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터널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계곡물 고갈과 터널공사의 영향을 철저히 규명하는 조사 작업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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