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의견’ 일색…증권사 매도 보고서 비중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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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의견’ 일색…증권사 매도 보고서 비중 ‘0.1%’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5.03.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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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 시행…업계 “실효성 의문”

[매일일보]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수’ 의견 일색의 기업 분석 보고서(리포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매수' 의견에 지나치게 치우쳐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가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의견 비율 공시 제도를 시행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증권사에서 나온 기업 분석 보고서 2만8702건 중 ‘매도’(‘시장수익률 하회’, ‘비중축소’ 포함)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는 23건(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가장 많은 매도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이었다. 이 증권사에서만 모두 8건(산업 보고서까지 포함 시 9건)의 매도 보고서가 나왔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지난해 3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매수 중심으로만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전체 종목에서 중립과 매도 투자의견 비중을 4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매도와 중립 보고서 비중은 각각 4.1%, 16.6%에 그쳤다.

유진투자증권[001200]도 지난해 2월 과감히 매도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최근 1년간 내놓은 매도 보고서는 단 1건에 그쳤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 5건의 ‘비중축소’, 동부증권[016610]이 3건의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을 제시했지만 모두 한 종목(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투자의견이었다.

한편 분석 종목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는 넘쳐났다.

‘매수’와 ‘강력매수’를 추천한 보고서는 2만4868건(86.6%), 1028건(3.6%)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1년간 코스피가 박스권 내 등락을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증권가의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보고서의 신뢰성과 투명성 강화·투자자 보호를 위해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오는 5월 29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금투협은 증권사들이 ‘시장수익률 하회’, ‘비중축소’ 등의 용어를 쓰더라도 ‘매수’, ‘중립’, ‘매도’ 중 한 가지를 함께 표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증권사별 투자의견 비율을 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할 예정이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주가가 고평가됐거나 종목이 부실하다고 판단하면 연구원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과감한 매도 리포트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투자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없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관행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숏(매도)도 하나의 투자기법으로 인정받는 해외와 달리 국내 증권업계는 여전히 롱(매수) 위주의 투자전략이 대부분”이라며 “매도 보고서에 대한 수요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비율 공시를 한다고 해서 관행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 연구원이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경우 해당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항의에 시달리는 점도 자유로운 투자의견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투협도 이번 제도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영돈 금투협 자율규제기획부 차장은 “매도 의견을 내도록 강제할 순 없지만, 매수 의견 일색의 보고서에 대한 문제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업계 신뢰 회복을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의견 비율 공시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협회에서도 연구원들이 자신 있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나 규정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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