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녹이는 미니스커트 열풍
상태바
엄동설한 녹이는 미니스커트 열풍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6.01.08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헐리웃서 날아온 '어그'+ '몸짱신드롬' 결과물
[매일일보=홍세기 기자]  거리를 나가보면 기성세대 혹은 일부 남성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여성들의 옷차림이 있다. '이 추운 날씨에 웬 미니스커트?' 연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여성들의 미니스커트 열풍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인 듯싶다.

지난해부터 강세였던 미니스커트가 올 겨울 역시 지배하고 있다. 흔히 떠도는 속설처럼 불황이라는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상품으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것인지 또는 그저 유행 따라 입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거리는 미니스커트로 넘쳐 나고 있다.

의류업계는 계속된 불황 속에서도 그나마 미니스커트가 괜찮은 매출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니스커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다양한 이유들을 내놓고 있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것이 '부츠' 유행과 '몸짱 신드롬'에서부터 바로 미니스커트 열풍이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과연 올 겨울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갈수록 짧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지난 몇 년간 미니스커트는 해마다 고정적으로 유행하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유독 2004/5년 겨울과 2005/6년 겨울에는 미니스커트가 그야말로 열풍이라 할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예년과 한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여성들이 미니스커트 아래 맨다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부츠와 함께 매치한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올 겨울은 미니스커트가 유행해서 부츠를 신은 것이 아니라, 부츠가 유행해서 미니스커트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어그 부츠'(이하 어그) 의 열풍이었다.

2004년 겨울 전국에 '미사'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여주인공 은채(임수정)의 패션은 드라마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녀의 패션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양털로 된 큼지막한 어그 였다. 이 어그는 곧 거리를 완전히 점령해 중.고등학교 여학생들부터 20대 중 후반에 이르는 여성들까지 각양각색의 어그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도 몇몇 스타일을 앞서가는 사람들이 신곤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어그는 괴상하게 생긴 '어글리 부츠' 정도로 인식됐다. 그런데 전 세계 젊은이들의 스타일 아이콘이라 불리는 몇몇 헐리웃 스타들이 이것을 맵시 있게 신는 모습이 파파라치 컷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어그는 당장에 멋쟁이의 필수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효리, 김민희, 김혜수 등 내노라 하는 한국 여자 연예인들 또한 어그를 애용하면서 그 인기는 날이 갈수록 더해갔다. 이와 함께 자연스레 치마길이 또한 짧아졌다.

요새는 청바지 혹은 스키니 팬츠라 불리는 진에 매치하기도 하지만 코디의 정석은 '미니스커트+레깅스(혹은 검정색 스타킹, 니삭스)+어그' 였기 때문이다. 헐리웃 연예인들이 그렇게 입었고, 한국의 스타일 좋은 연예인 또한 그렇게 입었으며 대다수의 패션전문가들 역시 어그는 미니스커트와 입어야 다리도 길어 보이고 날씬해 보인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부츠 역시 다양해지기 시작해서 가죽, 스웨이드 등 소재 또한 많아졌고 웨스턴, 베이직, 에스닉 등 스타일 역시 가지각색으로 변했다. 이 또한 헐리웃 스타들의 파파라치 룩을 통해 소개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어찌됐든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들은 연예인 누구누구의 이름을 딴 ' 스타일' 미니스커트, 부츠 등을 3만원~5만원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 따르면 1만원 정도의 미니스커트가 하루에도 몇 천장씩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11월 초부터 판매된 이 제품은 올 겨울에만 2만3천장이 판매돼 그야말로 대박 상품이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인터넷 쇼핑몰 얼마 전 '2005년 히트 상품 총결산'을 발표했는데 미니스커트와 부츠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200% 가까이 늘어났다. 미니스커트와 더불어 스타킹과 레깅스 또한 매출이 크게 늘어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형 브랜드 역시 미니스커트로 재미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LG 패션은 미니스커트 판매율이 전체 치마 판매율보다 15%가량 높았고, 코오롱 패션 계열의 한 여성복 브랜드 역시 미니스커트 판매율이 작년 대비 20~25% 증가해 '미니 열풍'을 증명했다.

몸짱 열풍은 곧 노출 열풍으로

이처럼 올 겨울 미니스커트 강세는 상당 부분 부츠의 인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부츠 열풍은 헐리웃 스타들의 파파라치 룩에 있었지만. 그런데 전문가들은 부츠 외에 미니스커트 열풍을 몰고 온 또 하나의 요인으로 바로 '몸짱 신드롬' 을 꼽는다.

지난 1967년 가수 윤복희가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이 공개돼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적 있다. 미니스커트는 이로 인해 단속반까지 나타날 정도로 사회적 논란을 가져왔던 초대형 노출 사건이었다.

그 후 4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노출에 이보다 관대해 질 수 없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 미니스커트는 더 이상 단속의 대상이 아닌 여성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길이 역시 그냥 '미니'가 아닌 '초미니'라 불릴 만큼 짧아졌다. 지난 2월 영국 BBC 방송의 한 한국특파원은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풍경"을 관심 있게 보도한 적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미니스커트 유행은 전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 근저에는 몇 해 전부터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이른바 '몸짱' 바람이 한몫을 하고 있다. 날씬하게 가꾼 몸을 자랑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됐다는 것. TV를 틀면 여자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과감한 노출로 몸매를 뽐내고 심지어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 또한 열풍이라 할 만큼 쏟아져 나왔다.

잘 가꾼(?) 몸매 하나로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사람도 있었고, 제2의 전성기를 맡고 있는 여자 연예인도 있다. 바야흐로 '몸짱'이 대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매체를 통한 '몸짱' 열풍과 그것을 뽐내고자 짧은 옷, 짧은 치마를 즐기는 모습들 이제 웬만한 노출은 튀지 않을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미니스커트를 입었을 때 체감온도가 2도 이상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여성들의 치마는 위로, 기온은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자라고? 2006-01-11 08:58:21
정말 짜증나는 무식한 기자들.... "내노라"가 아니라 "내로라"인걸 그리 많이 지적해도 모르슈? 제발 국어 공부좀 하쇼...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