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준기 회장에겐 덜 아픈 손가락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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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준기 회장에겐 덜 아픈 손가락 있다
  • 최수진 기자
  • 승인 2015.03.2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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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동부그룹이 자구안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김준기 회장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이 동부메탈에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 말부터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은 동부특수강, 동부발전당진,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등이 매각됐거나 매각 과정에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이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데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동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 회장 일가에 500억원의 사재출연을 요구했지만, 김 회장은 출연할 사재가 없다고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는 기습적으로 동부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와 비슷하게 김 회장은 동부제철의 경영권도 잃었다.

이 같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산업은행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김 회장은 공개적으로 산은을 비난했지만, 김 회장 역시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산은이 원활한 매각 작업을 벌이는데 실패한 부분이 있지만, 김 회장 역시 금융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에 대해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회장은 동부메탈에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면서 동부메탈, 동부팜한농, 동부화재 등의 경영권 확보에 주력했다.

건설, 제철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회생이 어려운 제조 계열사는 사재를 출연하지 않고 버리는 반면 수익성이 양호한 금융계열사 등만 챙기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반도체 사업에 대해 호기롭게 투자하던 모습은 없어지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동부하이텍 마저도 매각 매물로 내놓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지만, 김 회장에게는 덜 아픈 손가락과 더 아픈 손가락이 있는 모양이다. 그룹의 총수로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보다 오너가의 경영권이나 수익만을 쫓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 회장이 그렇게 포기한 회사는 결국 협력사, 채권단, 투자자 등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반면 김 회장은 올해 배당금으로 270억원을 받아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이 빛이 바랬다.

동부팜한농도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김 회장 일가가 그룹의 총수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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