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나라 “소한 봄 청소”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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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나라 “소한 봄 청소”로 마무리
  • 나정영 기자
  • 승인 2006.0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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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원희룡에 공개 경고에 “차라리 징계해 달라“

사학법 투쟁 노선을 둘러싸고 ‘파워게임 돌입’
당내 강경파-소장파간 이견 여전한 불씨 남아

“소한을 맞아 오늘(1월 5일) 한나라당이 봄청소를 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의 일성이다.

열린우리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사학법 투쟁과 관련한 원희룡 의원의 발언 때문. 일단 비공개 회의에서 단초를 제공한 원희룡 최고위원이 사과하는 형식으로 봉합은 됐지만, 당내 강경파와 소장파간의 이견은 여전한 불씨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원희룡 최고위원이 최근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의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이념투쟁에 대해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한데 따른 것.

이에 대해 박 대표가 진노하며 원 최고위원에게 공개 경고장을 보냈고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원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이념병에 걸렸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인터뷰를 했는데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박 대표는 "원 최고위원이 그동안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생각을 대변해 왔는데 한나라당과 당 대표는 다 그렇게 잘못됐고 열린우리당은 다  잘했다는 얘기냐"고 반문한 뒤 "한나라당이 아무리 민주화 됐다고 하지만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규택 최고위원과 보수성향의 김용갑 의원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원 최고위원의 사실상 자진탈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번에 문제발언이 있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려다가  참았는데 이번에는 안된다"면서 "내가 나가던지 원 최고위원이 나가던지 둘중 하나를 택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 최고위원은 회의 석상에서 자신의 과격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학법 장외투쟁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했으나 박 대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원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매체와 인터뷰도 사학법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한 질문에 대해 전교조가 사학을 장학해서 친북이념을 주입한다라는 견해는 잘못됐다라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표가 “당론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곤란하다” 라고 말해 “당론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곤란하다면, 차라리 징계 해달라”고 요청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최고위원은 회의직후 박 대표를 대표실로 찾아가 거듭 사과를 했고, 박 대표는 "앞으로 당의 이념과 노선에 대해 잘 해나가자"며 외견상 파문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원 최고위원에 대한 박 대표의 노기(怒氣)는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은 상태라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사학법 투쟁 노선을 둘러싸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빚어진 박 대표와 원 최고위원간의 ‘감정섞인’ 대립으로 한나라당의 내홍은 더욱 더 깊어지게 됐다. 원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박 대표를 향해 과격한 표현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사과했다”면서 “그러나 사학법 투쟁과 관련한 소신은 일관된 것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또 6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열린우리당의 대변인이냐” 말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을 위해서 어떤 것이 진짜 바람직한 것인지 어느 것이 정말 국민을 대변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서로에 근거를 제시해야 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최근 사학법 장외투쟁을 둘러싼 당내 분란과 관련해 "우리에게 `똘레랑스'(관용)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지사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 투쟁 반대입장을 밝힌 원희룡 최고위원에게 공개 경고한 것과 관련해 "입장이 다르면 격렬하게 정치투쟁을 하더라도 그것을 하나로 만들어 같이 갈 수 있는 것이 정치의 역량이고 정당의 능력"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손 지사는 "그런 생기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그것이 어떻게 야당이고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면서 "원 최고위원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도를 넘어서는 것은 한나라당을 위해 도움이 안 된다“며 원 최고위원 같은 사람이 있어 한나라당에도 저런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통적 보수에만 머물러서는 새 사회를 책임지기 힘들 것"이라며 "개혁피로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서 개혁을 내쳐버리면 우리에게 역사는 오지 않으며, 미래지향적, 개혁적 관점을 갖고 보수주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학법 장외투쟁과 관련해선 "하루 빨리 원내로 복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아웃복싱에만 의존할 수 없고 원내에 들어가 인파이터로,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문제 등을 책임있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여당은 국민이 버린 당"이라며 "노무현 정권 반대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이 정권을 어떻게 넘어서느냐는 수권정당의 채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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