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전산시스템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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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전산시스템에 '구멍'
  • 성승제 기자
  • 승인 2006.0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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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3년 동안 무려 4명 전산부행장(CIO) 교체
[매일일보=성승제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 장애가 잇따르면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9시 25분께 인터넷뱅킹 시스템의 과부하로 장애가 발생, 국민은행은 고객들이 약 3시간 동안 거래접속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민은행측은 오전 10시께 예비 시스템을 가동, 복권·부동산 등 특이 거래를 제외한 인터넷뱅킹이 가능하도록 조치했으며, 낮 12시17분부터 본 시스템과 예비시스템을 동시에 가동, 6대4의 비중으로 금융거래를 소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이와 비슷한 사고가 매년 수차례씩 반복되고 있어 전산 시스템에 대한 관리체계에 강도 높은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 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같은 잦은 전산 장애는 땜질식 공사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은 국민-주택통합 전산시스템이 출범한지 1년도 채 안된 지난해 9월 23일의 경우 전산시스템 곳곳에서 장애가 발생해 '날림 공사'의 흔적을 보였다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은행간 전자금융 공동망을 통한 하루 평균 폰뱅킹 및 인터넷뱅킹 건수(100만건중)중 옛 국민 및 주택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산통합전 19%에서 통합 후 25%를 웃돌면서 일부 전자금융 서비스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전산통합 이후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분기 말 급여결제 및 신용카드 결제시기가 겹친 데다 새로 바뀐 서비스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의 재접속이 늘면서 인터넷 뱅킹의 하루 평균 처리건수가 2배로 늘어나면서 장애가 일어났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이같은 문제점 보완을 위해 콜센터 전화회선을 10%(500회선) 늘리고 오류를 수정하는 등 문제들을 즉각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끊임없이 장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을 거래하던 고객 3만 여명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국민은행 고객 A(남 33)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수년 동안 거래했는데 전산시스템 다운으로 중요한 일을 못 봐 손해를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항의도 몇 번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금융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총 고객 수 3만여명이 넘는 대형 은행이 전산사고로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있다"며 "국민은행은 옛 주택은행과의 전산통합이 성공했다고 선언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차세대 시스템 개발 시급

전문가들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장애의 한 이유로 시스플렉스 환경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스플렉스란 주전산시스템이 3대의 메인프레임(IBM z시리즈)으로 구성돼 3대중 2대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나머지 기기가 정상적으로 거래를 처리, 전산이 다운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국민은행이 '무장애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선전해온 것도 바로 이 시스플렉스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에서 그동안 자주 발생했던 장애는 시스플랙스로 구성돼 있는 계정계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가 원인 모를 이상 작동으로 제대로 계정처리를 하지 못해 발생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예로 지난 2001년 시스플렉스 환경을 구축했던 옛 국민은행도 정보계에 문제가 생겨 계정계까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 한계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인터넷뱅킹 시스템의 잦은 다운 역시 주전산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른 한 가지는 시스템 운영자들의 미숙한 업무처리 때문이다. 이날 발생한 '인터넷뱅킹 인증서 자동 다운로드 프로그램' 설치의 경우 테스트 절차 없이 곧바로 시행했을 뿐 아니라 월말 업무량 폭주를 감안하지 않은 채 시행, 예고된 사고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특히 다른 은행들이 차세대전산시스템 개발을 속속 진행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통합이후 3년 동안 4명의 전산부행장(CIO)이 교체되면서 일관성 있는 시스템개발을 못하고 있는 것도 전산장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시스플렉스 운영체계에 대한 한계점이 드러난 만큼 차세대시스템개발을 통해 주전산시스템을 바꿔줘야 한다“며 ”하지만 IT에 대한 일관된 정책 부재로 3년간 시스템 장애를 방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강정원 행장 취임 이후 선임된 조준보 부행장에 의해 차세대시스템 개발이 전면 수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산)장애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전산장애와 관련해 업계는 매번 유사한 형태의 전산장애로 고객 거래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전산 체계에 대해 심도 있는 점검과 대응에 나서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사고는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타 은행도 종종 나타나는 일이다”라며 “한 예로 C은행은 작년 큰 장애가 발생했는데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산장애가 잇따르는 것은) 국민은행이 그만큼 다수의 고객을 확보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전산 시스템 보완을 완벽히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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