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난이 '깡통전세 공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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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세난이 '깡통전세 공포'로…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3.12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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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금 전세 놓는 사람들, 거 좀 이상한 사람들 아닌가요?”

전세 시장 취재차 들른 한 부동산 공인 중개소에서 전세 물건을 찾던 세입자에게 들은 말이다.

지금 전세를 놓는 집주인들과 전세 계약을 했다가는 전세금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전셋집마저 경매 처분 당하는 깡통 전세 주택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우려인 것이 현행 은행 이자는 저금리로 꽁꽁 묶여 있다.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종전 2.00%에서 1.75%로 더욱 더 인하했다.

워낙 경기가 얼어붙어 있다 보니 금리 인하라는 통화 완화 정책을 통해 대출과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즉, 앞으로도 금리가 올라서 전세금을 예치해 놓고 집주인이 이득을 볼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세입자 임장에선 집주인이 전세를 주고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예치해 놔도 재산 증식을 하기 힘든데, 지금 전세를 놓을 정도로 급한 집주인의 사정이란 것이 뻔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대란은 전세물건이 시장에서 보기 힘들어진 탓이 크다. 저금리로 인해 집주인들에게 전세 제도가 더 이상 이득을 주지 못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계약 종료 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다는 다달이 일정한 월세가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들이 이런 집주인들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전세로 이득을 보지 못해 월세로 물건을 돌리는 것이 현실인데, 이를 무릅쓰고 지금 전세를 놓는 집주인은 큰 빚이 있고 그 빚을 전세금으로 막기 위해 전세를 내놓는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런 집주인들의 경우 십중팔구 금융자산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크게 해서 집을 산다. 은행에선 집주인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로 잡는 것이 전세로 내놓을 주택뿐인 경우가 많다.

주택 대출로 사정이 곤궁한 집주인들이 내놓은 전세 주택에 들어가서 살다가는 전세 계약이 끝나는 2년 후 전세금을 보증금으로 온전히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큰 대출을 끼고 있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을 날려먹거나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면 전세를 내준 전세주택을 담보로 잡혀 경매에 넘어간다. 세입자들은 전셋집도 잃고, 전세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주택의 피해자가 된다.

수요는 높은데 공급은 줄어드는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전세 물건의 가격은 또 오를 수 밖에 없다. 세입자들은 애타게 찾는 전세물건이 시장에서 실종되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더욱 전세 잡기가 힘들다.

거기에 모처럼 나타난 집주인에 대해선 가진 건 전세주택 하나 뿐인 하우스 푸어 아닌지 의심하고, 자신이 깡통전세의 피해가자 될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한다. 전세난 해결은 커녕 악순환이 계속 깊어져 가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며 발걸음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차원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의 지원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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