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타운'없고 '머니타운'만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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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타운'없고 '머니타운'만 있더라?
  • 성승제 기자
  • 승인 2006.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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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자 실버산업 명목 노인들 상대로 사기

한국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민간업체들의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에서 실버타운이나 실버용품 등 실버산업과 관련한 사업에 대거 참여 하고 있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시설이나 노인들의 생활안정 보다는 사업 영리추구에만 취중하고 있는 업체가 많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0년부터 실버산업을 명분으로 한 실버타운이 늘어나면서 일부에서 분양사기가 사회문제화로 대두 되는 등 고령사회에 대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버산업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실버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특히 민간업체에서 정확한 지식 없이 섣불리 덤벼들어 그 본질을 잊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들이 발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버산업의 본질은 수익양산이 아닌 노인향상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로 봐야 하고 이 때문에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선진국가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수요자를 위한 배려가 우선 시 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시설 미흡, 수요자 고려 전혀 안 해…

실버산업 투자를 명목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사기를 벌이는 사건이 증가하면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실버타운 투자를 미끼로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김모씨(52)가 구속기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2년 5월 K씨에게 "실버타운 객실을 사두면 나중에 비싸게 다시 팔수 있고 입주할 수도 있다"며 2천 2백만원을 받는 등 4명의 피해자로부터 모두 7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당시 김씨는 실버타운 설립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었고 수립 계획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으로 실버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민간업체들이 노인들의 주거 및 복지생활 보다는 수익성을 따지는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002년 대기업이 참여, 경기 지역에 실버타운(아파트)을 건설·분양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당시 업체는 이 시설을 노인주거목적으로 분양했지만 실상은 일반 아파트나 다름없었다.

실버타운은 고령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로 일반 아파트와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또한 인근지역에 병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까지 참여한 이 실버타운은 수요자를 위한 배려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명문만 실버타운이란 이름만 내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실버타운이라는 업체의 말만 믿고 분양을 받았던 입주예정자들은 말 못 할 고통과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노인 요양을 주목적으로 건설 된 실버타운은 분양만 하면 끝나는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노인을 위한 시설 및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실버타운 내에서 의식주 등 자족기능이 가능해야 하고 인근에 병원이나 의료시설 등은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시행사들의 일단 팔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상술로 인해 안락한 생활을 꿈꿨던 노년생활을 망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노인들은 가족이나 친지들과 가까운 지역을 원하고 있지만 이러한 수요자들의 충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소득층을 겨냥한 복지시설의 경우 주거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거나 반영하지 못해 입주자들과 마찰을 빗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실버산업을 빙자해 유령회사를 만들어 사기분양을 하는 사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실버산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뒤늦게 실버산업에 대해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버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정부로서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민간단체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결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분양 등의 피해를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실버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기업이나 민간단체에서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실버타운 및 용품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라며 “하지만 실버산업이 복지시설로 되어 있는 만큼 수요자를 위한 배려는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체적으로 단기간 수익을 예상하는 사업자들이 많다”며 “실버산업은 수요자들의 관리가 중요하고 시설, 서비스, 관리 등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오히려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특히 일본이나 선진국가 등의 실버산업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성공사례 등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걸음마 단계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영리목적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서울사이버대학교 안정신 교수는 “(실버타운은) 주거시설, 의료.요양, 용구.용품, 보험.금융, 재가복지서비스, 여가.정보 등 6개 분야로 구분 된다”면서 “특히 이중 노인주거복시시설은 전국 약 139개소, 유로노인복지주택(중산층) 8개 등으로 시설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 이에 민간사업에서는 앞으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 고령친화사업 진흥법이 도입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기술개발 지원 재정지원 지원센터 만들어 관련 제도 등을 연구, 우수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지정하고 종합적인 지원책을 만들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실버산업이란 지난 2004년 보건복지부에서 민간부문이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하여 고령자의 복지욕구에 부응하는 상품 및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sungand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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