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친구도 싫다! 경품 중독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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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친구도 싫다! 경품 중독 실태
  • 성승제 기자
  • 승인 2006.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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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 하루 5-6시간 경품이벤트에 푹 빠져

최근 국내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공짜 경품 이벤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생과 직장인들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경품중독으로까지 이어져 사회문제로까지 확산 되고 있다.

회사 일보다는 경품에 응모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일부는 밖에조차 나가지 않고 TV나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나오는 경품응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쇼핑중독, 게임중독 등에 이어 경품중독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신림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여 27살)는 회사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경품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일상의 시작과 끝이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고,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김씨가 지금까지 경품을 통해 받은 건 화장품, MP3, 여행상품권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경품들이 집안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젠 친구들 사이에 경품고수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김씨가 경품 고수로 불리기까지는 남모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터넷 상에서 경품 관련 정보를 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하루에 약 5~6시간.

이 때문에 요즘 김씨는 회사에서 해고(?)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공짜(?) 선물이란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가 않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수도권 지역에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25 여)는 친구들과 만나지 않은지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매일 출석해야 하는 경품이벤트를 신청했기 때문.

3개월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출석해야만 당첨이 될 수 있는 일명 출석경품과 이 외에도 사연을 써서 보내야 하는 경품 이벤트에 계속 응모한 이씨는 요즘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주위에서는 경품폐인(?)이란 소리까지 듣곤 하지만 이씨는 쉽게 놓지 못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주부 5명이 경품 사기로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같은 동네에 사는 주부로 평소 경품행사에 관심이 높았다. 이들은 한통속이 돼 경품 행사장을 다니면서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수 천 만원 어치의 경품을 챙겼다.

이들은 경품 이벤트 용지를 투표함에 넣기 전에 꾸깃꾸깃하게 만들어 다른 용지와 구별할 수 있게끔 한 다음 투표함에 넣어 투표 당일 일행 중 한사람을 내세워 당첨자 투표를 하게끔 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처음에는 수도권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다가 점점 전국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걸리는 법 결국 이들의 경품 사기극이 들통 나 경찰에 적발됐다.

재미삼아 시작, 어느새 중독

경품 사기극을 벌인 이들은 모두 평범한 주부들이다. 이처럼 처음엔 취미생활로 시작을 했다가 경품이벤트의 유혹에 점점 빠져들면서 중독은 물론 죄를 지어 쇠고랑을 차는 등의 심각한 폐해를 야기하고 있다.

사정이 이언데도 인터넷이나 공중파,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상식이하의 터무니없는 문제를 내고 맞추면 선물을 주는 얄팍한 상술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이 같은 피해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품 카페나 동호회 등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경품 카페에서 만난 한 네티즌은 “지금 (카페에 가입한 지) 약 8개월 정도 됐어요. 처음엔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지금은 하루 6시간 이상 경품 사이트를 보는 것 같아요. 당첨 되서 선물을 받게 되면 그게 너무 좋고 뭔가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곤 하죠. 하지만 요즘 너무 빠져 있어서 이젠 친구들에게 전화도 잘 안와요. 회사에서도 거의 찍힌 상태죠. 이제는 그만 해야 되는데 재미있다보니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경품 중독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부분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해서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수많은 업체에 등록했는데 휴대폰 대부분이 그 업체에서 보낸 스팸 메일이에요. 처음 가입했을 때 등록한 곳이 지금도 와요. 이제는 문자가 와도 아예 신경 안쓰죠” 라며 경품 사이트 가입에 따른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공짜라는 말에 혹해서 쉽게 빠지는 경향이 많은데 알고 보면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또 주위사람과의 이해관계에서 어려움을 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품응모를 할 때는 하루하루 계획을 세워 약 30분~1시간 정도만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sungand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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