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방한 대우조선해양, 누가 쥐고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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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방한 대우조선해양, 누가 쥐고 흔드나
  • 최수진 기자
  • 승인 2015.03.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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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3년 임기가 이달 말에 끝남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사장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주주총회가 3월 말로 예정된 가운데 고 사장의 연임도 신임 사장의 후보도 정해지지 않아, CEO공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어 사장 선임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연기돼 지난 9일에야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그마저도 사장 선임과 관련된 안건은 상정되지도 못했다.

일찍이 업계에서는 고 사장의 연임을 점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것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부재 속에서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 3중 유일하게 연간 수주 목표액을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149억달러의 수주를 달성했으며, 이는 창사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더구나 고 사장은 올해 초까지 조선업계 화두였던 임단협을 지난해 일찌감치 타결해 노사 간 잡음도 최소화 했다.

이 같은 고 사장의 ‘빛나는’ 행보에도 사장 선임권한이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묵묵부답이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암암리에 특정 인사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차기 사장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온 이가 아닌 ‘외부인사’가 낙점될 경우 산업은행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고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올라선 인물이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업에 대해 해박하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

산업은행이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다. 글로벌 조선 시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수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회사의 대표가 공석이라면 결국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대우조선해양의 노조와 대립각부터 세운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어나갈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15조원의 대기업으로 한국 제조업을 이끄는 중요한 기업 중 하나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사장 인선 문제로 홍역을 겪으면서 실적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면 결국 산업은행 및 정부는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관치 척결을 강조한 만큼 산업은행의 선택이 중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의 ‘관치’ 논란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묵묵부답’ 산업은행의 신임 사장 인선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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