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왜 허준영을 못 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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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왜 허준영을 못 꺾나?
  • 매일일보
  • 승인 2005.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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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장과 氣싸움, A 모씨 등 '넘어야할 산' 많은 허 청장 의 운명은?

노무현 대통령의 시위농민 사망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문 발표이후 허준영 경찰청장의 용퇴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가장 의문점은 왜 노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또 허 청장의 용퇴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느냐"하는 점이다.

특히 26일 인권위의 이 사건 조사발표, 그리고 27일 허준영 경찰청장의 "자진사퇴는 없다"는 강경한 기자회견에 이어 노 대통령이 같은 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사과와 함께 허 청장의 거취에 대해 '본인의 결단'이라고 밝힌 점이다.

노 대통령 "문책 할 만한 법적 권한 없다,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발 빼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허 청장의 경질과 관련해 "문책을 할 만한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다음은 정치적 문제이기에 본인이 판단할수밖에 없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 점이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지금 제도상 경찰청장에게 문책인사를 할 수있는 법적 근거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허 청장을 직접 경질할 뜻이 없음을 확실하게 했다.

이병완 비서실장 역시 기자회견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허 청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심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대로 "라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동안 청와대에서 허 청장에게 진퇴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것을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허 청장은 임기제 청장직 고수를 강조했다"면서 "현행 제도상 대통령이 허 창장을 문책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즉 청와대가 인권위 발표와 노 대통령 담화문 전에 허 청장에게 진퇴를 결정할 것을 종용했지만 허 청장은 '자리 지키기'를 고수했다는 말이다.

인권위도 허 청장 사퇴 논의대상아니다.서울경찰청장 등에게 책임물어라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애매한 태도는 마찬가지다.

인권위는 전날 그동안 진행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일고 있는 허준영 경찰청장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심상돈 인권위 인권침해조사1국 국장은 "허준영 청장 사퇴와 관련된 문제는 정치적인 책임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인권위의 논의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는데, 이는 노 대통령이 27일 "문책을 할 만한 법적 권한이 없으며, 정치적 문제이기에 본인이 판단할수 밖에 없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인권위는 특히 두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지난달 15일 전국농민대회 당시에 경찰의 과잉진압 존재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허 청장에게 지휘 책임자 즉 당일 집회 진압과정에서 지휘 계통에 있는 이기묵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차장을 경고하고,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장과 경비부장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즉 경찰청장-서울지방경찰청장- 차장-경비부장-기동단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라인가운데 허 청장 문제는 허 청장이 알아서 하고, 나머지 지휘체계라인에 대해 허 청장이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다.

허 청장, "자진사퇴 의사 없다" 자신감의 근원은?

따라서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허 청장 사퇴 논의는 이제 전적으로 허 청장의 뜻에 달렸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27일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농민사망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임기제 총장으로서 자진사퇴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허 청장은 또 "경찰의 모든 허물은 궁극적으로 청장의 책임이며 이를 통감하고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임기제 청장으로서 거취는 내가 결정하며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이 소임"이라며 "꼭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앞으로 논란은 허 청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당일 집회진압과정에서의 지휘라인에 대해 허 청장이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까하는 문제다.

허 청장과 이기묵 서울청장의 '勢'겨루기 어떻게 되나?

특히 앞으로 관심은 허 청장과 인권위가 당일 집회 진압과정의 현장지휘책임을 물어 경고할 것을 권고한 이기묵 서울지방경찰청장과의 관계, 즉 일종의 '氣 싸움'이다.

고시출신의 허 청장보다 경찰간부후보출신인 이 서울청장의 경찰 고위층 인맥이 두터운데다, 허 청장이 물러나면 차기 경찰청장 1순위는 이 서울청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어 지는 빈자리를 부산청장과 경북청장 등이 본청 진입과 함께 메우면서 경찰의 인맥구도가 변할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찰내 간부후보출신 인맥이 연대해 허 청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과 함께 인권위의 결론이 나면 허 청장이 사표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그 동안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런데 인권위 발표직후 허 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를 친 것이다.

사실 고시출신 허 청장은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인 이기묵 서울청장보다 경찰내의 인맥 싸움에서 밀린다.

그러나, 허 청장은 청장 취임 이후 정.관계의 폭넓은 인맥과, 친화력, 그리고 조직 장악력,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정에서의 당당함으로 일선 경찰의 지지를 받으면서 '자리 지키기'에 자신감을 얻은 듯 하다.

때문에 현 정권의 막후 실세가 허 청장에게 사퇴를 종용했을 때도 허 청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 청장-현정권 실세'연결고리 A모씨와 관계설 '솔솔'

그러나 '자리 지키기'를 고수하는 허준영 청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바로 허 총장라인으로 분류되는 A 모씨로, 이씨는 여권의 실세 의원과 허 청장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허 청장이 '사퇴 불가'란 강수로 나갈 경우 'A 모 씨와의 관게'를 비롯한 허 청장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사건이 터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허 청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기묵 서울경찰청장과 이종우 기동단장 등을 무더기로 징계할 경우 경찰내 반발이 어떤 형태로든지 나타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진
다.  

오준화 기자 (폴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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