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이 잘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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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이 잘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03.0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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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과거 한 인터넷 유머게시판에 한국과 외국의 차이를 담은 카툰이 올라온 적이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먼저 외국의 경우 어떤 사람이 동그라미를 내밀며 “이것으로 성공했다”고 말하자 이를 듣던 사람은 다른 모양의 도형을 내밀며 “그렇다면 나는 이것으로 도전해 보겠다”고 답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너도 나도 동그라미를 따라 내놓기 시작한다.

최근 ‘허니버터 대란’을 보면 이 같은 카툰이 떠오른다. 허니버터칩이 소비자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경쟁사들은 잇따라 미투상품을 내놓고 있다.

제품 구성부터 포장까지 원제품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 최근엔 한 패스트푸드점 마저 감자튀김에 ‘허니버터’를 접목한 광고를 내놓으며 소비자 잡기에 안간힘이다.

이는 비단 유통업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특정 사업 분야가 급격히 인기를 끌기시작하면 동종업계 기업들이 너도나도 해당 분야에 뛰어드는 경우를 적잖이 볼 수 있다. 심지어 해당분야와는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신규진출을 시도하는 사례도 종종 생겨난다.

물론 이 같은 모습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아야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이를 쫓을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하는 B2C 기업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쟁심화로 출혈경쟁이 이어지고, 유행이 한철로 끝날 경우에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공멸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래들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일부 기업들이 주력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이 잘하는 사업보다는 내가 잘하는 사업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본원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것은 결국 우리산업의 기반을 풍요롭게 하고 기술력과 경쟁력의 원천을 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이 내놓은 동그라미를 따라가기 보다는,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다양한 도형들을 만들고 키워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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