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정현의원 "국회의원은 을(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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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정현의원 "국회의원은 을(乙)이다"
  • 이창식 기자
  • 승인 2015.01.30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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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창식 기자] 나는 작년 7ㆍ30 보궐 선거 이후 19주째 매주 토요일이면 마을회관에서 잔다.

순천과 곡성의 한 개 면 한 개 마을을 택해 면민들과 서너 시간씩 막걸리 토크를 한다. 논농사, 매실, 딸기, 축산, 낙농은 말 할 것도 없고 마을 입구 도로, 하천, 상하수도, 가스 등 일상의 불편사항이나 의대 유치, 공장 유치 등 다양한 건의가 쏟아진다. 당연히 정치 똑바로 하라는 호통에서부터 인재 지역차별 금지 법안 제출, 보너스 반납, 세비인상 반대 발언 잘했다는 격려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대화가 다 오고 간다.

그리고 그 마을 경로당이나 마을 회관에서 자고 아침은 마을회관이나 이장댁에서 얻어먹고 온다. 한결같이 80평생 살아오면서 국회의원을 서너 시간씩 코앞에 앉혀 놓고 대화해본 것은 처음 이라며 마을에 온 것도, 자고 간 것도 처음 이라며 좋아들 하신다.

나는 김포공항에서부터 점퍼와 면바지로 갈아입는다. 접하는 대부분의 순천ㆍ곡성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넥타이와 양복 대신 이런 복장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과 같은 복장, 같은 사투리, 같은 생활행태를 보이면서 쉽게 다가가고 쉽게 다가오게 하고 싶어서다. 물론 곡성 촌사람인 나도 그런 차림이 편하다.

나는 주민들의 민원 현장을 종일 찾아가고, 다닐 때에는 항상 혼자다. 비서관이 동행하지만 권위주의적으로 보이는건 체질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메모 할 수 있고 내가 누구라고 직접 소개 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앞서서 "이정현 의원 오셨습니다"하고 방자처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국회의원은 일꾼이다. 옛날식으로 하면 머슴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에 당선 되면 대부분 그 순간부터 갑으로 돌변한다. 지역민들에게 고개 숙일지 모르고 어려운 곳 찾아 갈지 모르고 말은 혼자 다하고 지역민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정상화 시키고 싶었다. 철저하게 갑이 아닌 을인 국회의원의 본래 모습을 실천하고 싶다. 지역민 누구나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어깨 툭툭 치는 그런 국회의원이고 싶다.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언제든지 상의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그래서 지역사무실 간판도 이정현 사랑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무능한 것은 다 용서하는데 완장찬 것처럼 친절하지 않고 오만한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가르친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먼저 갑질을 포기해야 을이 대접받는 세상이 된다고 확신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 국회는 권위주의 덩어리다. 무엇이든지 크고 높게 해서 국민 앞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벽면 국회 마크는 직경이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국회의장이 앉은 단상은 황제의 그것보다 높고 거창하다.

이런 장면들이 바로 비정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의사당 장면을 TV로 가끔 보면 의장이나 발언의원이나 의석의 의원이나 서로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 우리 국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도 그렇지만 국회의원 차는 대부분 검정색이고 중형차다. 국회의원은 꼭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고 호통쳐야 제 역할을 하는 양 착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 반드시 총리나 장관 출석을 요구하고 진짜 전문가들인 실장 국장은 아예 상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항상 늦게 나타나고 빨리 자리를 뜨고, 소개는 학력 경력 활동 내역까지 길게 해야 만족들 하는 눈치다. 어디를 봐도 국회의원은 갑중의 갑이지 을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을이라는 자각을 할 때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그래야 지역민과 국민을 존중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국회의원 스스로 못하면 국민이 그렇게 하도록 투표로 가르쳐야 한다.
갑은 갑이고 을은 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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