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늘길, 고향길보다 가까워 더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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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늘길, 고향길보다 가까워 더 치열하다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5.01.2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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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10년 전만 해도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한번 갈라치면 큰 맘 제대로 먹어야 했다. 일년에 한 두 번 쯤 찾는 고향길보다도 실행에 옮기기 벅찬 계획으로 여겨졌다.

비행기에 몸을 싣는 호사 누려보겠다고 당시 부모들은 비상금도 차곡차곡 모으고, 심지어 적금도 들어가며 빠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여유라는 것을 찾길 원했다.

상대방의 기분을 띄워줄때 ‘비행기 태운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하늘을 난다는 것은 각별한 느낌을 준다. 땅길에서 벗어나 막힘없이 펼쳐지는 하늘길은 그러한 로망을 안겨줬다.

이러한 이야기들도 서서히 옛말이 된 듯하다. 항공여행은 이제 비용이 아니라, 시간의 여유 문제가 되버렸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항공여객이 8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객산업의 호황은 중국과 동아시아 방한수요 확대, 원화강세, 유류할증료 인하, 대체휴일제 시행 등에 따른 효과를 등에 업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에 따른 여객수송 증가도 큰 몫을 했다. 실제로 LCC의 지난해 국내선 점유율은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LCC는 취항 초기 어려움을 딛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는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10년 동안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펼쳤던 그들의 노력은 ‘비싸서 엄두를 못 냈던’ 항공여행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바꿔놨다.

올해도 LCC는 다양한 특가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고객몰이에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정말 이래도되나 싶을 정도의 가격도 눈에 띈다.

다만 행사기간에 빈번히 발생하는 홈페이지 접속장애는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원한다.

‘접속자가 뜸할 새벽시간을 노려 눈에 불을 키고 광클릭에 성공했다’는 류의 에피소드가 종종 들리는 걸 보면 LCC가 가진 가격경쟁력에 소비자들이 충분한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현재 국내에 취항중인 LCC는 국적이 5개다. 외국계는 12개에 달하는 등 몇 년 사이 LCC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태다. 이 와중에 최근 아시아 최대 규모 LCC인 에어아시아는 유류할증료를 전면 폐지해 여행 경비를 좀 더 낮추는 전략으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앞으로 울산을 거점으로 하는 유스카이항공 및 지역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LCC, 아시아나항공의 제 2 LCC도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CC가 하나 둘 늘어남에 따라 그들이 앞으로 펼칠 과다경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는 그저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게 된 셈이지만, LCC는 현재 전성시대인 동시에 박 터지는 무한경쟁시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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