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진은 사고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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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진은 사고를 낳는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5.01.1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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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표현해주는 모든 지표가 ‘빨간색’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식은 ‘핑크빛’이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경제에 대해 수출액과 무역흑자, 무역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2년 연속 달성했다고 자찬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경기회복의 온기가 국민에게 퍼져 나가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근본 원인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구조적 문제를 혁신하기 위해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역설했다. 또한 창조경제의 역동성을 위해서 각종 정책들을 펴내겠다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맞는 말들 같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모순된 점이 너무 많다.

우선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목 놓아 외치면서도 경제 정책은 여전히 ‘기업’ 중심의 생산에 맞춰져 있다. 소비 진작이 필요한 상태에서 수출 중심의 제조업 위주에 방점을 둔 규제 완화 기조는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정부서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풍토의 저변에는 기업이 발전하면 국가 경제도 덩달아 좋아질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정책권자들이 기대하는 이런 낙수효과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실생활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 중이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를 과도하게 낮춰주면서 발생한 세수 펑크는 현 정부 들어 다른 경제 주체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됐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공공요금 및 담뱃값 인상 등과 같은 간접세 증세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계는 간접세 인상으로 가처분 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줄고 결국 내수 침체라는 악순환이 연속될 뿐이다.

기업 위주의 경제 인식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최 부총리는 노동시장 개혁 해법에 대해 “정규직의 과보호로 기업의 고용경직성이 문제가 되고 있어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간소화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임금대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중심으로 임금유연성을 높이고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소득자 저소득자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서 증세 논란이 일고 있는 연말정산에 대해서 그는 “연말정산 제도변화에 따라 세부담이 늘거나 주는 변화가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납세자가 불만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2013년 세법 개정에서 연말정산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돼 고소득층은 더 내고 저소득층은 덜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나라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이의 시장 인식이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높으신 분들의 혜안을 무지한 국민들이 몰라서 일까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어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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