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들, 매맞는 직원 왜 방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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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들, 매맞는 직원 왜 방관하나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01.1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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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최근 각종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갑질’논란이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적 약자에게 행하는 비상식적이거나 부당한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인 ‘갑질’은, 최근 사회 곳곳 다양한 계층과 관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어두운 민낯이 드러나며 사회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갑질 논란을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대전의 모 백화점에서는 한 여성고객이 구매한 바꿔달라고 했다가 매장직원으로부터 “립스틱이 묻어서 안된다”는 거절을 당하자 30여분이 넘게 떼를 쓴다.

이 과정에서 반말은 기본이요, 카운터에 올려진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고함을 지른다. 심지어 모욕을 당하는 와중에도 연신 ‘고객님’이라고 부르며 머리를 조아리는 남자 직원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얼마전 인터넷을 달궜던 이른바 ‘백화점 갑질모녀’ 사건도 직원들의 무릎을 꿇게하고 뺨을 때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사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소비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은 흔하디 흔하다. 직접적인 폭행이 아니더라도 인권을 모독하는 수준의 언어폭력 역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매맞는 직원들을 방관하는 것일까. 좋지 못한일로 구설에 휩싸여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일까.

직원의 잘못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사회의 통념 수준을 넘어서는 비윤리적 소비자의 횡포를 직원에게 감내하게 하고 무조건 참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직원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다.

‘손님은 왕’이라는 명분 아래 직원에게 일부 몰상식한 고객의 갑질에 복종할 것을 강요하고, 문제가 생기면 직원을 그만두게하거나 해당 직원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기업의 또 다른 갑질과 다름없다.

사실상 응대부터 사건의 마무리까지 직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거 대표적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직원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언어폭력으로 인터넷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이 사건을 기반으로 각 기관이나 기업들은 ‘세 번 경고후 경찰 고발조치’ 등의 강경한 매뉴얼로 콜센터 직원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실행했고, 그 결과 언어폭력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를 교훈삼아 더 이상 매맞는 직원을 방관하는 기업들이 없어야 한다. 손님을 왕처럼 대하라는 매뉴얼을 보강하는데만 힘을 쏟기보단, 내 직원들을 어떻게 보호할지에도 고심하는 기업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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