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핀테크 열풍, 문제는 결국 ‘은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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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핀테크 열풍, 문제는 결국 ‘은산분리’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1.08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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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된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관련 논의가 금융권 수장들의 입을 거쳐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주요 경영방향으로 ‘해외사업의 가시적 성과’와 함께 ‘핀테크’를 꼽았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핀테크 등 신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것을 다짐했다.

이광구 신임 우리은행장은 “핀테크 경쟁력을 강화해 온라인 지급결제시장을 선도하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해 금융 디지털 마켓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핀테크 서비스 강화를 위해 국민은행 스마트 금융부 산하에 핀테크 팀을 새로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핀테크가 ‘창조경제’식의 정권이 주도한 유행어로 남을지, 실질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지를 따지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논의가 있다. 바로 은산분리 기조 완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현재 핀테크는 카카오페이나 뱅크월렛처럼 스마트폰을 활용해 결제와 송금을 진행하는 ‘편리한 서비스’ 정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는 것에 있다. IT 기업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은 조금 거칠게 말하면 ‘삼성은행’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은행법 등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을 완전히 소유하지 못하도록 지분 한도를 규제하고 있다. 특히 보험이나 증권 등의 제 2금융권이 아닌 은행과 관련해서는 대기업의 사금고로 이용될 위험성이 더 큰 만큼 그간 금산분리 기조는 경제민주화 논의와 함께 보다 강화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때문에 지난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인테넷 전문은행 설립이나 핀테크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와 실명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사회적 합의와 논의는 사라지고, 박근혜 정부의 약속이었던 경제민주화 이행 역시 뒤로 미뤄진 채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은산분리 완화가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먼저 자연스럽게 핀테크의 길을 다져놓은 뒤, 산업자본이 본격적으로 은행 사업을 건드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가 아닐까 우려된다.

고객이 더 편리해지고, 금융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의 금융 계열사 사금고화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였던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해를 넘겨가며 길고 험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런 개방이나 규제완화를 통한 이득은 기업이 보고 그로 인해 발생할 피해는 소비자들이 모두 감수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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