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인 사면, 기본과 원칙은 어디로 갔나
상태바
[기자수첩] 기업인 사면, 기본과 원칙은 어디로 갔나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01.05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최근 정재계 일각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의 사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위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고 구속수감됐거나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총수들의 가석방을 이젠 논의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근거는 이렇다. “경기침체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인 기업 총수들을 사면시켜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투자를 위해 노력할 기회를 주자”는 것.

씁쓸한 일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불법을 눈감아주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자는 말과 다른없기 때문이다.

사실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은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 주장은 한두번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부터 재벌 총수들은 죄를 짓고도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와 향후 경제발전에 이바지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벌을 받거나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얼마 안돼 가석방 되는 일은 꾸준히 있어왔다.

그런데 정말 이 같은 행태가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런 논리라면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노동력을 보유한 범죄자에게도 모두 면죄부를 줘야 옳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런 행태를 “재벌집착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WSJ는 지난 2일 보도를 통해 한국의 일부 지도자들이 기업인들의 석방·사면을 추진하면서 “경제가 필요로 한다는 이상한 이유를 대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재벌 의존이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면죄부 문화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땅콩회항 사태로 인한 재벌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이 뜨겁다.

평생 남 앞에 고개를 숙여본적 없이 명령만을 내리며 살아온 재벌일가의 권위주의와 제왕주의가 그대로 묻어난 사건이라며 그들의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켠에서는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총수들을 용서하고 사면해야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경기회복’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비윤리와 부도적을 넘어 범법과 범죄의 영역도 괜찮다는 것일까.

당초 박근혜 정부가 주장했던 ‘기본과 원칙이 바로선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국가적 차원에서 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 면죄부를 주자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