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치기 소년의 진심은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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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양치기 소년의 진심은 안 통했다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5.01.04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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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김창성 기자
[매일일보 김창성 기자]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는 일부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 친구를 맺는 이른바 ‘맞팔’을 통해 본인들이 ‘소통’을 한다고 착각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면서도 그 사람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린 얼굴, 패션, 음식, 여행 등의 일상생활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예뻐요’, ‘부러워요’를 연발하며 이것이 소통이라고 자부한다.

또한 본인의 얼굴과 일상생활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도 남들이 내가 했던 것처럼 ‘좋아요’ ‘예뻐요’를 해주길 기다린다. 서로간의 이런 교류는 내가 칭찬했으니 너도 날 칭찬해달라는 암묵적인 약속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점차 팔로워들이 늘어나면 마치 내가 스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도 하게 되고, 생각보다 저조한 반응을 보이면 조용히 게시물을 삭제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SNS는 전 세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면서도 소통이라는 포장을 뒤 짚어 쓴, 착각의 늪에 빠진 이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내 진짜 모습은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모습을 마치 내 진짜 모습 인냥 포장해서 그것을 소통이라고 표현한다.

나 자신을 잘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서로 막히고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본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일상을 칭찬하고 포장된 내 일상을 칭찬해 주길 바라는 무미건조한 말들을 그들은 소통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겪었던 우리들의 불행 역시 이런 착각이 빚어낸 산물일지도 모른다. 마음에도 없는 언행을 하면서 이것을 소통이라 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았으며, 내 진심을 다해 말해도 불통으로 치부되는, 그런 힘든 한 해를 살았다.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도, 국회의원이 말하는 소통도, 기업 총수들이 말하는 소통도 모두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어려움을 아는 척하고 해결해주는 척 하기 때문이다.

나를 감추고 곱게 포장했다가 게시물 삭제하듯 소리 소문 없이 지워버리고 또 다른 포장을 준비하는 모습, 그 모습에 열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SNS에서 보여 지는 왜곡된 모습들이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SNS에서와 같이 진실을 가리는 포장된 모습에 열광하고, 나에게도 그래주길 바라는 모습, 이것이야말로 불통이며 착각이며 병이다. 결과적으로 양치기 소년의 진심이 통하지 못했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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