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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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세,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할 때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4.12.28 09: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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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전세가격 고공행진이 그칠 줄 모르면서 전세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의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기원은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과 같은 전세제도는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에 기인한 것이었다.

모든 자본과 부가 수도권으로 물리면서 주택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부동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르는 동시에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금리도 높은, 모순된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이 모순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을 가져다 줬다. 집주인 입장에선 부동산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니 집을 파는 것보다 전세를 통해 빌려주는 것이 낫고, 이자율이 높으니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해 나오는 이자로 재산을 쉽게 증식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과거 이자율이 20~30%대에 달하던 시절(지금은 상상도 못하겠지만)에는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해 나오는 이자만으로도 돈을 모아서 집을 여러 채로 불려 땅을 사고 부동산 부자가 되기도 했다.

집주인만 이득이 아니라 세입자들 전세 제도의 혜택을 봤다. 특히 부족한 초기 자본으로 집을 장만해야 하는 신혼부부 입장에서 월세 지출이 없고 전세금은 계약이 끝나면 고스란히 본인에게 되돌아오는 전세제도는 새 출발의 부담을 덜어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이 끝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전세금으로 재산증식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낮아진 금리로 인해서 집주인들도 전세금을 예치해서 이자를 받기보다는 매달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

그 피해는 새로 가정을 꾸리는 젊은이들이 받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건이 희귀해졌다. 전세 수요가 공급을 지나치게 초과해 전세가가 매매가를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를 통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이제 그마저 어려워지게 됐다. 비싼 월세금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기 힘들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아 문제란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지원은 시원치 않다.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집이다. 지금과 같이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전세제도가 젊은이들의 앞길을 막고 출산과 결혼을 어렵게 만든다면 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의 길은 더욱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이제 더 이상 집값 상승과 고금리라는 전세 제도를 유지하는 특이한 제반 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미 전세의 소멸과 월세의 대체는 시대적인 대세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에만 남았고, 사실상 순기능을 거의 상실해가고 있는 전세제도를 붙잡고 있기보다는 과감한 정책 지원을 통해 월세 제도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월세 제도의 개선을 통해 대한민국이 직면한 고령화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낼 위정자의 지혜와 사회의 혜안을 모을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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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현 2015-01-02 09:33:31
월세 보증금도 월세의 1년치만(예를 들어 월세 40만원이면, 보증금 480만원)만 받아도 얼마던지 운영이 되는데, 왜 4년치 이상?을 받는지...횡포를 줄입시다....그리고 전세금도 줄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