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권 무단인출 사고, 발생도 보상도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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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권 무단인출 사고, 발생도 보상도 ‘쉬쉬’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12.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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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농협 무단인출 사고를 계기로 텔레뱅킹 사고를 비롯해 각종 소비자 피해 사례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실제 농협 외 은행의 무단인출 사고 피해 사례 취재 진행 과정에서 또 다른 은행의 피해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제보자는 해당 은행 관련 피해를 경찰에 접수하러 갔더니 같은 날 또 다른 은행인 S은행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신고가 이미 두 건이나 접수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담당 형사는 이런 일이 ‘너무 많다’고 투덜댔다고 한다.

한 금융사 보안 업무 담당자는 모든 은행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모두 ‘조용히’ 처리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한 은행 담당자는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 주겠다면서 “배상 받은 것을 언론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다. 선례가 생길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은행들은 ‘본인들의 과실’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도적 차원의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인도적 차원의 배상조차 언론사에 피해 사실을 제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 정말 매뉴얼이 있고, 그대로 하고 있다면 선례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해당 은행과 배상책임보험 계약을 맺은 보험사 측은 이미 보험사에서는 배상을 결정했으나 은행이 계속 시간을 끌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피해자도 손해사정인으로부터 그런 설명은 전혀 듣지 못했다. 해당 보험사 손해사정인은 ‘이제 다 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희망 고문만을 이어갔을 뿐이다. 실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사가 출고된 이후에나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 정도다.

이런 소비자 피해 사례가 비단 은행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H 증권사 담당자는 올 들어 해킹으로 인한 대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우리 회사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한다. 참고로 현재 영업 중인 증권사들은 배상책임보험에 대한 가입 의무가 있다. 해당 증권사는 2009년 그 보험을 가입했다.

지금도 수 많은 사람들이 각종 금융사고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배상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상에 이르기까지의 기간과 실제 배상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사건을 외부에 알려 이슈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어느 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자체적인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느니 하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스스로 허물을 벗겨낼 줄 모르는 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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