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향 평준화를 지향한 최경환 호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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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향 평준화를 지향한 최경환 호의 실패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4.12.04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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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최경환 장관 취임 이후 5개월여가 지난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경제 지표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최경환 호가 실패했다고 보는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러한 최경환 호의 실패 이유를 놓고 말이 많다. 혹자는 부동산 3법(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개발 조합원 1인1가구 공급 폐지)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혹자는 한도를 넘은 가계부채의 존재 때문에 최경환노믹스가 애당초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고 냉소한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기자는 다른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경환호의 실패 이유는 바로 최 장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최 장관은 비정규직-정규직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 정리해고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본인의 발언으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은 지난 3일에도 최 장관은 여전히 정규직의 정리해고를 옹호하는 본인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 장관의 발언대로 비정규직을 살리기 위해 정규직이 정리해고 당한다고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어느 한 쪽을 죽여야 어느 한 쪽이 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그런데 최 장관의 생각은 이와 다른 것 같다. 물론 최 장관의 본심은 그게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정규직의 정리해고가 수월해지면 비정규직의 처우가 올라간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정규직의 정리해고가 수월해져 비정규직과 격차가 줄어든다면 그것은 하향평준화나 다름없다.

사과 한 쪽을 놓고 상대방을 죽이고 자기가 모든 사과를 먹는 것은 천민자본주의다. 사과가 부족해서 모두가 사과 한 쪽을 평등하게 갈라먹고 하향평준화하는 것은 공산주의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강점은 사과가 부족하면 더 많은 사과를 생산해서 시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최소한의 사과를 먹지 못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어느 정도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복지제도 일 것이다.

부동산 정책 역시 어느 한 쪽이 희생을 하고, 하향평준화를 통해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최 장관이 부동산 정책 역시 제로섬 게임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최 장관 취임한 이후로 최경환노믹스의 일환으로 연달아 발표된 7.24 정책, 9.1 정책 등도 잘 살펴보면 이면엔 어느 한 쪽의 희생을 염두에 두고 모두가 하향평준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극단적인 면이 존재한다.

국가 정책, 특히 부동산 정책은 극단에 빠져서는 안 된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몰려있는 우리나라인 만큼 부동산 정책이야말로 무엇보다도 튼튼하고 안전한 보호망이 필요하다.

특정 집단의 희생을 담보로 잡지 않는 현명하고 균형 잡힌 부동산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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