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잠깐, 잠깐,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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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잠깐, 잠깐, 여보세요?
  • 이병우 기자
  • 승인 2014.12.0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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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병우 기자] ‘뜨뜻미지근해 우리 관계의 온도, 끈끈한 듯해도 좀 묽어진 점도, 한참 전에 너에게 보낸 문자 답장을 기다리네(중략)...어디야 나올래 오빠 나 화장 지웠어.’

힙합가수 개코의 ‘화장 지웠어’다. 그녀는 결국 ‘아빠·엄마’ 핑계를 대며 만남을 거절한다.

어떤 비즈니스 관계 건 대인관계는 중요하다. 특히 기자들에게 취재원을 확보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정보 획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홍보실 직원과 관계를 유화적으로 맺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그렇지만 간혹 가사처럼 기자들만 ‘짝사랑’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관련 기업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각종 문제가 생길 시 더욱 그러하다. 기자들은 사랑하는 애인을 기다리듯 수화기를 바라보며 애가 탄다.

식어가는 연인 관계처럼 통화가 힘든 경우, 기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다시 만나고픈 마음에도 전화기가 꺼져 있는 상황과 같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의 갑작스러운 해외출장, 하루 종일 이어지는 릴레이 미팅, 공석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답변에 ‘한 번’ 놀라고, 답변을 할 만한 다른 대체자를 두지 않았다는 답변에 ‘두 번’ 놀란다.

기업 측에서 언론 보도를 희석시키려 하고, 일간지의 특성을 이용해 ‘미루기 식’ 대응의 의심을 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대응은 절대 현명한 전략이 아니라 판단된다.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사실, 각종 추측성 루머들이 온라인 매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기업이 일궈놨던 명성과 이미지는 한순간에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기업 홍보실은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가려 하지 말아야 한다.

내부적으로 땜질식 처방에 골몰하기보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뒷말이 없다.

해명할 부분은 해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어떤’ 식으로 사과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정당당’한 모습도 필요해 보인다.

햇빛이 강하다고 하염없이 손바닥으로 가릴 순 없다. 햇빛을 가릴만한 나무그늘 같은 근본적인 공간을 찾아 대안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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