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단인출 피해자, 우리은행·삼성화재 ‘시간 끌기’에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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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단인출 피해자, 우리은행·삼성화재 ‘시간 끌기’에 ‘냉가슴’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12.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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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와 협의해야” VS. “피보험자인 은행이 1차 판단”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농협에 이어 우리은행에서도 올 들어 유사한 텔레뱅킹 무단 인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이후 처리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배상보험 담당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8월 22일 강모(49)씨의 우리은행 계좌에서 총 498만원이 텔레뱅킹을 통해 낯선 사람의 계좌로 이체됐다. 이에 강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파밍 시도 위치가 중국이었다는 사실정도만을 알아낸 채 수사는 종결됐다.

그 사이 강 씨는 피해 사실을 우리은행에 알렸고, 우리은행이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삼성화재 측 손해사정사가 피해자에게 찾아와 안내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록 배상 관련 사항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강 씨는 “손해사정사가 매번 좀 더 기다려 달라며 같은 말을 반복한 것이 4개월이 다 되어 가고, 그 사이 우리은행은 따로 연락도 주지 않아 궁금증에 계속 전화를 먼저 걸어야 했다”며 “배상이 된다고 했다가 또 판례 적용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계속 피해자를 방치하는 상황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파밍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는 기약 없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7월과 11월에도 농협 텔레뱅킹에서 무단인출 사고가 발생했으나 사고 원인을 두고 책임공방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제대로 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 소지를 두고 피해자와 금융권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은행 계좌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배상은 보험사에서 한다며 은행 측이 사고 후처리에 대한 통합 관리에 나서지 않는 것 역시 사고처리를 지연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올 들어 텔레뱅킹 피해에 대한 보상 규정을 마련했지만, 이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보상에 대한 매뉴얼이라기보다는 해당 건을 보험사에 넘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위한 '항목 분류'라는 입장이다. 즉, 사건 발생 이후 은행 과실임이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는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도의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해당 건을 배상보험 처리 하려는 것”이라며 “피해 금액이나 합의 기간 등의 구체적 사항은 해당 보험사에서 결정할 문제고 보험사에서 보낸 손해사정사와 피해자가 추후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화재 측은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주체는 기본적으로 은행인데다가, 애초 배상 의무 여부를 결정해 사건을 보험사로 넘기는 책임 역시 은행에 있는 상황인 만큼 통합적인 피해자 관리 프로세서는 은행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기본적인 배상 의무에 대한 1차적 판단은 은행이 하고 있고, 보험사는 정해진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피보험자인 은행에 지급하고 있을 뿐”이라며 “보험사에서 해당 사고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 후 관리까지 전부 맡아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달 9일에 나올 파밍사기 피해에 대한 은행의 손해배상 여부 판결에 따라 배상 여부나 배상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 금융사들이 시간을 끌며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자금융사기와 관련된 분쟁에서 책임 공방에 들어가면 피해자보다는 제출할 ‘증거’가 있는 금융사 측이 훨씬 더 유리하기 마련”이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금융사에 유리한 ‘답’이 나올지 해당 보험사에서 일단 시간을 끌면서 지켜보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들과 금융소비자 단체는 금융사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더 유리한 타이밍을 찾기 위해 시간을 끄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무한정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있다며 제대로 된 피해보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특히 은행의 경우 단순히 정보 유출 기록이 없다며 책임도 없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상거래 시스템(FDS)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험사에 모든 것을 일임할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피해 통합 관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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