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들, ‘호갱님’의 분노 간과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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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들, ‘호갱님’의 분노 간과말아야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4.11.1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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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요새 경제관련 뉴스에서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호갱’이다.

인터넷 신조어인 ‘호갱’은 어수룩한사람을 뜻하는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할 때 본인이 손해를 보고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어수룩한 고객을 의미한다.

과거엔 비싸면 무조건 좋은 것인지 알고 구매하는 비효율적 소비습관을 지닌 사람을 비꼬는데 이러한 단어가 사용됐다면,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들의 판매 행태를 풍자하는데에도 두루 쓰이고 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이제는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 불합리한 구매를 하고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알면서도 대놓고 ‘호갱’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

얼마 전 대학생들이 한강을 건널때 사용한 이른바 ‘질소과자’와 관련해 여론의 분노가 거세질 당시 인터넷엔 “제과업체들이 소비자들을 호갱님 취급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국내에선 차 값이 더 비싸고 해외에서 판매되는 차는 옵션사양이 더 좋음에도 가격은 낮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모 자동차 회사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네 호갱님. oo차는 원래 그렇게 타는겁니다”라며 자조섞인 풍자를 하고 있다.

올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해외직구족들의 새로운 소비습관은 이 같은 ‘호갱’에 대한 거부감과 맞닿아 있다.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데 굳이 비싼 값을 치루면서 국내 구입을 고수해 ‘호갱’이 되기 싫다는 반감의 표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소비자를 호갱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해외와 한국의 소비습관이나 유통구조 등 전반적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 차이는 어쩔수 없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현재의 사태를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여겨 간과해선 안될 것 같다.

과거와는 달리 손가락 클릭 한 번만으로 해외 시장의 사정을 훤히 알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날로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해외의 모 가구업체가 국내사업 개시를 앞두고 인터넷에 제품가격을 공개했다가,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사양임에도 가격은 더 비싸게 형성된 점을 소비자들이 직접 발견해 사업 시작도 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점을 국내 기업들도 명심해야 한다. 한국사람은 당연히 한국기업의 발전을 원할것이라는 막연한 애국심에 기대 불합리한 소비를 강요하다가는 언젠가 그 역풍을 맞게될 지 모르는 일이다.

당장의 이윤을 챙기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와의 건강한 유대관계와 신뢰를 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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