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내려놓기’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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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내려놓기’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인가
  • 장성준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11.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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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정치권에서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여든 야든 혁신이니 개혁이니 하는 표현만 다를 뿐이지 바꾸지 않고 이 상태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여야의 혁신위원회 수장들이 TV에 나와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 개혁에 대해 토론까지 벌였다. 개혁 경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상시국이라는 인식은 다르지 않다는 증좌(證左)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 이상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과연 진심인지에 대해 국민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다면서도 한편에서는 이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행태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듯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보수혁신특위가 내놓은 혁신안이 추인 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혁신안 가운데는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아왔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등이 포함돼 있었기에 국민들 실망은 더 컸다.

과연 이것이 여당의원들만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여야를 떠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 담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민의 일반적 정서이다. 과거 국회의원직(職)에 조그만 흠집이라도 가해질라치면 여야는 기득권 수호를 위해 힘을 합쳐왔다. 지난 9월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서 이 사실을 국민들은 똑똑히 목격했다. 결국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은 일의대수(一衣帶水)로 엮여 있는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결코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는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역으로 생각하면 뿌리가 얕은 나무는 미풍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든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내부든 외부든 새로운 충격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역사의 수많은 기록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 역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든 국외든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정치권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가는 길을 찾아보라는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당이든 결국은 집권해 자신의 정책을 실현시켜보고자 한다. 그렇기에 국민 마음을 잡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유용했던 방법이 오늘날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대가 변하면 민심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지 못하면 결코 집권할 수 없다. 알면서도 얄팍한 기득권에 안주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을 잡고 싶은가. 잡은 그 권력을 지속적으로 누리고 싶은가. 간단하다. 국민을 편하게 해주면 된다. 그런데 내 욕심이 앞서니 그것이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을 잘되게 하면 내가 잘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나서 갈아치우게 된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잘나서 된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니 열심히 해보라고 뽑아줬기에 하는 역할일 뿐이다. 임기를 4년으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잘하나 보고 계속 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잘났다고 교만 떤다면 차후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반대로 하고 있다. 이러니 정치권에서 ‘특권 내려놓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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