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승무원 재단하는 보수적인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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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승무원 재단하는 보수적인 항공업계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4.11.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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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여성 서비스업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항공기 승무원. 국내에서 이 직업을 가지려면 지성과 미모를 겸비하는 것 외에 보수적인 기업문화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늘 위의 꽃’이라는 승무원의 화려함 속 그 이면에는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뒤따른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불거진 ‘포스코 왕상무 라면사건’처럼 승무원 폭언 및 폭행은 여성인권을 유린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승무원에 대한 기내 성추행 사례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항공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겪는 생리불순 및 신체질환 등 체력고충은 기본축으로 속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승무원의 과도한 개인규제가 항공업계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모 항공사의 승무원 근무평가에 따르면 아프다는 이유로 병가를 사용시 인사고과에 반영돼 진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소속팀원들에게까지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달 승무원들에게 ‘유니폼 착용시 국내외 면세점 출입금지 및 공공장소 예절 준수’라는 특별 지시사항을 전달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이 승무원 유니폼을 치마만 입게 강요했던 것도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국내 항공사에서만 해당해 안타까움이 더한다.

반면 승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한 지망생들의 경쟁은 매년 엄청나다.

항공사의 평판도 좋은 소리 위주다. 대한항공은 올해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실시한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설문조사에서 우수한 복리후생, 감성 마케팅 등에 힘입어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도 이 조사에서 우수한 복리후생을 이유로 10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우수한 복리후생’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항공업계에서 실상은 직원들에게 자유를 억압하는 기업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승무원이 된 이들’과 ‘승무원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 발생하는 간극, 어찌보면 현실과 이상의 차이일 뿐일까.

항공업계는 언제까지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니고 글로벌 선도기업을 표방할 순 없다. ‘일하고 싶은 기업’의 이유로 타당할만한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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