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사회적 갈등 양산 요인 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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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 사회적 갈등 양산 요인 되면 안 돼
  • 장성준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10.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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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에서 한 개헌 관련 발언을 기화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30여년간 정치를 한 여당 대표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까지 거론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 발언이 파장을 물고오자 서둘러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개헌 논의는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10항쟁의 결과물이다. 당시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전두환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봇물 터지듯 나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는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를 원했다. 위기에 몰린 전두환 대통령은 6·29선언으로 직선제를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현재의 헌법이 만들어졌다. 특히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가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될 것을 우려한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지 20년을 넘어가면서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중임제를 거론했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이었던 2012년 11월 4년 중임제와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찌 됐던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대표 말마따나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올해 안에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돼야 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그 가능성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3분의 2 이상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권의 친박계 이외에는 찾기가 어렵다. 개헌 논의가 필연적으로 레임덕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친박계의 반대는 예견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가 정상화돼서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우선하겠다며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개헌 논의는 자칫하면 박 대통령 말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정치적 환경을 놓고 볼 때 개헌 논의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다. 그렇기에 갈등 조정 과정이 중요하다. 개헌 논의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만 헌법은 한 번 바꾸면 국민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어진다. 헌법이란 곧 나라의 근본을 세우는 법이기 때문이다.

개헌은 그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각 정당의 계파별 이해관계 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야 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도 걸림돌이다. 그렇기에 개헌을 하려면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논란으로 150여일을 허송세월한 국회가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지금의 정치권 행태로 보면 기대난망이라는 것이다. 개헌을 빌미로 또다시 국민들을 갈가리 찢어놓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여야는 4년 중임이나 이원집정부제를 논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갈등 야기하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한다. 내가 권력 잡는데 유리한지 여부만 계산하거나 밀실에서 주고받는 식의 개헌이라면 국민들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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