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민국에서 호갱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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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한민국에서 호갱으로 살아남기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4.10.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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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이근우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유난히도 대형 참사와 각종 사건·사고가 많았던 올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목표는 ‘살아남기’라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명연장(?)의 꿈’으로 시작된 말이었으나, 최근 대기업들이 화려한 편법과 상술로 ‘호갱님 모시기’에 열을 올리면서, ‘대한민국에서 호갱으로 살아남기’란 의미가 더해졌다.

국민들이 무슨 죄가 그렇게 많아서 이렇게까지 호갱님 소리를 들어야하는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비자들도 이젠 ‘덤터기 쓰지 말고 제값 내고 쓰자’는 분위기다.

이번 가을 통신업계의 빅이슈는 단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다.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인하, 차별없는 보조금 혜택, 이통통신시장 질서 확립 등을 목적으로 지난 1일부터 시행됐으나 여론은 들끓고 있다.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최근 단통법 부작용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국민들은 “웃기고 앉아 있다”며 조롱했다. 2명의 국회의원을 뺀 전부가 단통법에 찬성표를 던져놓고 이제와서 ‘호갱을 위하는 척’하는 아이러니를 비난한 것이다.

‘대국민 호갱법’,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돌 정도로 누리꾼 반응도 냉소적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단통법 폐지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모두에게 피해만을 주는 것이 확인된 이상 당장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단통법에 동의한 데 대해서 사과드린다”며 공식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정부와 이통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단말 제조사도 안절부절하긴 마찬가지다. 단통법 시행으로 당장 판매량이 반토막이 돼 실적 악화가 불 보듯 뻔한데, 단말 출고가 자체가 비싸다며 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괜히 이상한 악법 하나 만들었다가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제라도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가는 대기업 잇속에 오늘도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에서 호갱으로라도 살아남기 위해 호구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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