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사건, '호남 게이트'로 비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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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사건, '호남 게이트'로 비화되나?
  • 매일일보
  • 승인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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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람은 주로 호남출신"-윤씨 '자물쇠 입',대가성 입증 어려워

 구속된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의 대담한 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에 정치인, 검사장급 검찰간부, 부장판사, 경찰 고위간부, 군 장성 등 전.현직 유력인사 수백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수사 결과에 따라 1998년 의정부지원 법조 비리와 1999년 대전 법조 비리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번질 전망이다.

호남권 검.경 인맥 바탕 1990년대 중반부터 '전국구 브로커'로 활동

이번 사건이 의정부와 대전 법조 비리와 차이점이 있다면 윤씨의 수첩에 기록된 검.경과 정관계 인사들이 대부분 호남 인맥이라는 점, 따라서 이번 사건은 호남 법조.경찰 인맥을 겨냥한 '호남 게이트'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씨가 1994년경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전남 지역의 정치인과 법조계, 경찰 고위직 인사와 친분을 다지기 시작했고, 또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이 호남 인맥을 바탕으로 전남지역을 벗어나 활동 반경을 서울로 넓히면서 '전국구 브로커'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지리산 호텔 윤상림 사장’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의 마당발로 알려졌고, 특히 윤 씨가 지난 20일 검거된 뒤 “나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 내가 불면 다친다”고 주임검사를 협박한 것 등으로 미뤄볼 때 윤씨 배후의 인맥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 윤씨와 가까운 호남권 경찰간부에 공개 경고설

이같은 윤씨의 호남 인맥에 대해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공개 경고를 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은 30일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경찰대학장 시절에 윤씨가 내 험담을 하고 다녀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만난 적이 있다”며 “경찰청장 내정자로 발표되던 날 윤씨가 돈이 든 선물상자를 주길래 비서실을 통해 즉시 돌려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 전 청장은 재직시 “누가 나를 험담하고 다니는지 아는데,좀 더 빨리 경찰청장되면 뭐하느냐”면서 심한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최 청장이 당시 윤씨와 가까운 호남권 경찰 간부들에게 공개 경고를 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경찰에서는 전현직 고위간부 5∼6명이 윤씨와 특히 친했던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다수 “윤씨를 알지만 평이 좋지 않아 멀리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호남 출신 한 경찰간부는 오히려“DJ정부 시절에는 물먹은 영남권 간부들이 오히려 더 윤씨에게 매달렸다”며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영남출신 법조관계자 "그 친구가 친한 사람은 주로 호남출신으로 알고 있다"

검찰에서도 전직 검사장급 이상 간부를 포함해 고위직 수명이 윤씨와 특히 친했던 인사로 거론된다.

영남 출신의 한 법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 친구 언젠가는 큰 일을 낼 사람이란 소문이 나돌았다”면서 "그 친구가 친한 사람은 주로 호남출신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영남권에서는 다칠 것이 없다는 소문까지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자신이 윤씨와 친분이 있다는 내용이 거론되자 곤혹스러워하며 지난 96년 윤씨가 구속된 이후 만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때 이른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윤씨의 수사 무마나 수사 청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방향 역시 윤씨의 범법행위를 넘어서 그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큰 손'이 존재하는 지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믿을 만한 첩보가 더 있으며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번 수사의 핵심은 윤씨를 둘러싼 거대한 비리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치권도 예외일 수가 없다. 정치권에서도 윤씨와 친했다는 구 여권 핵심 인사 10여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씨 '자물쇠 입'- 대가성 입증 못하면 '큰 손의 실체'알고도 사법처리는 힘들 듯

하지만 윤씨 배후의 '큰 손의 실체'를 밝혀내기가 쉽지는 않다. 윤씨가 관련 혐의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는 소위 '자물쇠 입'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윤씨의 주거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최근에는 윤씨에게 사건을 청탁하고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요 피의자가 잠적하기까지 했다.

검찰은 윤씨 수사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부의 적을 색출하는 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이 확보한 윤씨의 수첩에 이름이 오른 전현직 고위 공직자라 해도 대가성 있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즉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을 경우 이 사건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물증 확보에 주력 - 전방위 수사확대

때문에 검찰은 윤씨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사용한 83억원 수표의 제공자 23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수표를 제공한 경위와 사건청탁 대가로 줬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 윤씨가 실실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는 16개 통장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물증 확보에 주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윤씨가 올해 4월 여성 사업가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 청탁을 했고,경찰이 실제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사실을 밝혀내고 경찰 고위간부의 개입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윤씨 배후의 '큰 손의 실체'를 밝혀낸다면 법조 비리 수사 내지는 오포 비리에 이어 '호남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

오포비리 전철 밟을수도- 로비명단‘100명’흘렸다 하루만에 ‘부인’하는 등 '용두사미'

그러나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연류됐던 오포 비리의 경우 초반 검찰의 기세와 달리 흐지부지 끝나가고 있다.

특히 경기도 광주 오포비리 아파트 개발승인을 두고 포스코-정우개발사의 전방위 로비에도 대검 중수부는 100명의 로비명단을 입수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헤프닝도 발생했다.

오포비리의 핵심은 정우개발이 2천억대의 아파트 개발을 둘러싼 사업비에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얼마나 쓰여졌느냐?였으며, 이 과정에서 검찰은 구속된 정우개발 소속 브로커 이모씨와 서모씨가 특정 고교인맥을 동원해 정관계 로비를 벌인게 아니냐는 첩보도 입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중수부는 23일 포스코 건설 오포사업단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 아파트 개발 인허가에 관련된 인사들이 이름이 적힌 A4용지 10장 분량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100명 로비명단 입수가 발표난지 하루만인 24일 검찰은 포스코 건설과 정우건설에서 메모 형태의 연락처를 발견했을 뿐이고 경기도 도시계획위원 민모 교수 등 3인의 이름만 확인됐다고 서둘로 ‘100명설’을 일축했다.

일단 대검 중수부는 추병직 건교부 장관,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소환 조사를 끝으로 오포비리에 대한 수사를 종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법조 브로커 윤상림'사건 역시 윤씨가 '자물쇠 입'으로 일관하고 관련자들이 부인한다면 '게이트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준화 기자 (폴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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