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통일대박론’ 되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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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했던 ‘통일대박론’ 되살아날까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4.10.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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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실세 대표단 전격 방남…8개월 만의 국면 전환
10월말~11월초 우리측 원하는 때 2차 고위급 접촉
▲ 류길재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양건 북한 대남담당 비서가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용기’를 탄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위해 전격 방남하고 돌아가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남북대화 분위기가 다시 활기를 띌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방남을 계기로 이뤄진 회담에서 북측은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10월말∼11월초에 우리측이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 이후 냉랭해져가기만하던 남북관계가 근 8개월 만에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이다.

전격 방남의 표면적 이유는 북한대표팀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에 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사실상 북한의 권력서열 2위로 부상한 황 정치국장을 파견한 것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진단이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 민간 분야를 대표하는 실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까지 남측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인사들로 최고위급으로 대표단을 꾸린 점은 방남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서는 이번 방남을 계기로 최근 다시 긴장국면에 들어섰던 남북관계의 반전을 모색하는 동시에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여온 ‘통일대박론’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분위기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황 총정치국장의 카운터파트로 내세웠다. 김 실장은 지난 2월 열린 1차 남북고위급 접촉 때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함께 북측 대표단과의 오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폐막한 가운데 북한선수단이 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측의 거절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측 대표단이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할 용의를 북한 고위대표단에 전한 것도 이번 북한의 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 북한이 핵 문제와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최고위층 인사를 파견하는 ‘전시성 이벤트’를 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어렵게 조성된 남북 대화 국면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의중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최고실세들의 인천 방문은 북측의 하루 전 전격 제안과 남북 양측간 조율, 방문 성사, 환담 및 오찬 회담, 행사 참석 후 귀환까지 불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됐다. 이들의 남한 내 총 체류시간은 12시간30분 가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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