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시한폭탄
‘엔低 공포’ 엄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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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시한폭탄
‘엔低 공포’ 엄습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4.10.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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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 중심 가격경쟁력 약화 두드러져
최경환 “엔화 약세 대응 및 활용 능력 필요”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면 제3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엔화 약세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외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에 정책자금을 확대 지원하고 환 위험 관리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구두 개입 수준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최근까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뿐 마땅한 대응 수단은 없다고 밝힌 것과는 비교되는 조치다.

다만 국내에서 원·엔 시장이 개설되지 않아 환율을 직접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고 엔화를 활용해 경기활성화에 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대책 마련을 지시한데 이어 다음날인 30일 기업인들과 만남에서 “엔화 약세 대응은 물론 활용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선 데는 엔화 약세 장기화에 따른 산업경쟁력 저하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직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한국의 수출은 1985년 303억달러에서 1988년 607억달러로 배 이상 급증했고 주가는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반면 1989년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28.4%에서 2.8%로 십분의 일 수준으로 급락했다.

플라자합의는 미국 달러화 강세 완화를 위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재무장관들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 상승을 유도하기로 한 합의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5% 추가로 떨어지면 수출은 1.14% 줄고 경제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겹치는 품목은 55개이며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54%를 차지한다. 엔화 약세는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일례로 일본 도요타의 2015년 신형 캠리의 미국 출시가격은 2만2970~3만1370달러(한화 2396~3272만원)로 현대차의 LF소나타 2만1150~2만8575달러(한화 2206~2980만원)와 비슷하다.

도요타가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가격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추가 전개할 경우 현대차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엔화 약세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이다. 최근 원·엔 재정환율은 한 때 100엔당 950원대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1년 이내에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영국 ‘더 뱅커(The Banker)’지 선정 세계 30대(자기자본 기준) 은행 가운데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을 9월 중 동시에 전망한 투자은행이나 상업은행 8곳의 내년 3분기 중 원·엔 재정환율 예측치 평균은 100엔당 887원이었다. BNP파리바는 1년 안에 100엔당 786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에 국내 증시도 된서리를 맞았다. 일본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합하고 있는 수출기업들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오면서 1일 코스피는 2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14일 이후 두달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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