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로스쿨 법안’으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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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로스쿨 법안’으로 전락하나
  • 신종철 기자
  • 승인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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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로스쿨 입학정원 정할 때 한국법학교수회가 왜 참여해”

사법제도개선추진위원회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총 입학정원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여가며 우여곡절 끝에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법안이 ‘누더기 법안’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국회는 ‘손 볼 곳이 많아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회의에서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법안의 허점을 성토하며 수정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적된 핵심쟁점은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정할 때 교육부장관이 협의하는 기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배제하는 방안과 로스쿨 사후 평가기관을 변협 산하가 아닌 제3의 독립기관에 배정하자는 것이다. 이익단체인 변협회장과 협의하고, 평가기관을 변협에 두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또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변협은 30일 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칟운영에 관한 법률』의 올바른 입법에 관한 토론회’에서 총 입학정원 협의대상에서 변협을 제외할 것이 아니라 한국법학교수협의회를 배제해야 하고 또한 교원도 변호사자격을 가진 실무경력자를 현재 5분의 1이 아닌 3분의 1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법조인이 아닌 임의단체인 한국법학교수협의회가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변협 로스쿨대책특별위원회 김현 부위원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은 “로스쿨 총 입학정원 결정은 적정한 법조인력의 수급 규모를 파악해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서 법조인이 아닌 임의단체인 한국법학교수협의회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또한 모든 법학교수가 로스쿨의 교수가 되는 것도 아니므로 총 입학정원 결정 주체에서 한국법학교수협의회를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학교수는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법조인이라고 할 수 없고,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변협회장에 의해 대표될 수 있는 만큼 한국법학교수협의회는 총 입학정원 결정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또한 김 부위원장은 “로스쿨 설치인가 및 사후 평가제도는 로스쿨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사항 중 하나”라며 “로스쿨의 사후 평가권한은 우수한 법조인 양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변협에 로스쿨 사후 평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변호사 직역에 관한 체계적인 관리를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3의 기관에 배정해야 한다는 논의를 일축했다.

아울러 그는 “로스쿨은 실무 법조인 양성을 위한 것이므로 실무형 교육 위주가 돼야 하는 만큼 현재 정부안과 같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실무경력자를 5분의 1이상으로 할 게 아니라 최소한 실무교원 비율을 3분의 1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정원과 관련, 김 부위원장은 “로스쿨은 법조인의 양성 및 선발에 관련된 제도인 만큼 적정한 법조인 수를 기준으로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 경제규모 및 법률시장의 크기에 비춰볼 때 적정한 법조인 연간 배출 규모는 1000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제한할 경우에도 정원이 지나치게 많으면 각 대학별로 로스쿨 유치를 위한 과열경쟁으로 인해 막대한 인력 및 비용의 낭비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고, 로스쿨 정원을 늘리고 변호사자격시험 합격자 수를 제한할 경우에는 로스쿨 졸업자의 상당수가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게 돼 그로 인한 인력 및 비용낭비가 클 뿐만 아니라 로스쿨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로스쿨 정원을 1200명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부칙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김형두 부장판사 “법대교수들과 변호사단체가 머리 맞대고 협의했으면”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도 “일각에서 입학정원을 정할 때 이익단체인 변협과 협의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면서 변협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지만 모든 자격시험의 경우 정원을 제한하고 있고, 입학정원을 정함에 있어서는 관련 당사자들의 경험과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본다면 협의 당사자로 변협회장이 지정되는 것은 극히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원문제와 관련, 김 변호사는 “로스쿨 실무교육의 경우 법학의 전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실무교육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최소한 로스쿨 교원 중 과반수이상은 일정기간 실무경험이 있는 자를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의 로스쿨 법안은 입학정원의 통제를 배제한다는 차원에서 총 입학정원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로스쿨을 수료한 학생에 한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점, 로스쿨을 수료한 모든 학생들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할 수 없는 점, 로스쿨 수료 후 변호사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자의 경우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로스쿨 정원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전오 변호사는 “2008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로스쿨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서 졸속으로 로스쿨을 도입할 경우 사법제도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관련 단체들간에 갈등만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따라서 로스쿨 선발인원 확정 등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뒤 그것을 법률안에 반영해 로스쿨을 출범시키는 것이 옳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원행정처 김형두 사법정책심의관(부장판사)은 “법원 입장에서 보면 의견이 대립하는 법대교수들과 변호사들이 따로 토론회를 갖고 있는데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협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주문했다.

(로이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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