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정치인에게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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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정치인에게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 장성준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08.3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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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정치인에게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문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어렵게 느껴지던 철학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서점가를 휩쓸었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 능력이 요구된다. 인문학은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데 필수적이다. 우수한 인재 확보에 사운(社運)을 걸고 있는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인문학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현대차·SK·GS그룹은 역사에 대한 소양을 입사에 반영하고 있다. LG·신세계그룹도 하반기 공채시험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측정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대졸 공채에 인문학적 소양 측정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나선 것은 지속적인 성장과 질적 도약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전공 지식에다가 인문적 통찰력까지 갖춘 인재들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인재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역사, 문학, 예술 등 각 분야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풍부한지로 바뀐 것이다. 기업들은 이렇듯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정 운영은 기업 경영과는 다르다. 그러나 정책 소비자인 국민을 상대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욕구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과 일맥상통하는 점도 적지 않다.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정책 개발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한다. 때문에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선수(選數)만 늘려가는 국회의원은 있어도 존경받는 국회의원은 좀처럼 찾기 어려운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지금 대내외적 환경은 엄청난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으나 국정은 세월호에 발목이 잡혀 끊임없이 표류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사고로는 이를 헤쳐 나가기가 녹록치 않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정책적 대안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1일 정기국회가 개회된다. 해결해야 할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 8월 임시국회는 열리지도 못한 채 마감됐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취임한 이래 법률 하나 제대로 통과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여야의 접점 없는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여당과 야당 모두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헐뜯고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국민을 위해 ‘조화(調和)’를 이룰 때 그 존재 의미가 있다. 힘 있는 여당이 야당을 배려하지 않고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은 조화를 깨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야당도 소수라고 험한 말을 앞세운 채 떼만 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제 국회의원들도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은 단기간에 형성되는 게 아니다. 평소에 꾸준히 독서를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쟁으로 지새우면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은 언제 하겠는가.

불평과 불만을 부추기고 거짓 희망으로 국민을 미혹시키는 행위는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공허한 위로는 허망할 뿐이다.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선 이번 정기국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는 이번 정기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들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장성준 객원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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