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팬택이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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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팬택이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했다면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4.08.2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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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창성 기자]필자의 친구는 군 입대 전 월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당시 어느 주부 고객이 시식코너에서 군만두를 시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마트 시식코너는 맛있는데 월마트는 맛이 없네”

군 전역 후 그 친구는 국내에서 철수한 월마트 대신 들어선 이마트에서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시식코너의 주부 고객들에게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말을 들었다고 한다. “역시 이마트 시식코너가 월마트보다 맛있네”

당시 월마트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이마트로 모두 고용 승계가 됐던터라 월마트 시절 직원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서 똑같은 음식을 조리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음에도 고객들의 입에선 “역시 이마트”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월마트에서 이마트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같은 사람이 같은 재료로 제공하던 시식코너 음식의 맛도 바뀔까?

이 일화를 떠올리면 팬택이 생각난다. 팬택은 벤처 신화를 써내려가며 ‘세계최초’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도 여럿 달았지만 대기업인 삼성과 LG의 공격적인 행보에 결국 설 자리를 잃었다.

대부분의 대리점들은 소비자들에게 삼성·LG 제품 위주로 추천하기 때문에 팬택은 이런 기회도 박탈당했다. 위기를 자초한 팬택 경영진의 반성도 필요하지만 외부 요인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의 외면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품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양, 비슷한 가격 이라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별 고민 없이 더 익숙한 회사, 더 큰 회사 제품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남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몇몇 얼리어답터나 정보기술(IT) 전문 파워블로거 같은 사람들이 아닌 이상은 말이다.

삼성과 LG 스마트폰에 불만이 있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안타깝게도 삼성과 LG에 불만이 있는 소비자들은 팬택이 아닌 애플에 눈길을 준다.

반대로 애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삼성과 LG에 눈길을 준다. 비슷한 조건이라도 그들은 제품을 보지 않고 회사를 본다. 그것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제품을 신뢰하는 기준이다. 

팬택이 만들어낸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로고를 달고 시장에 나왔다면, 반대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이 팬택 로고를 달고 시장에 나왔어도 과연 지금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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