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플러스 성장동력 ‘혁신’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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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홈플러스 성장동력 ‘혁신’은 어디로
  • 최원석 기자
  • 승인 2014.08.12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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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대형마트가 국내에 자리 잡고 있던 1999년, 당시 대형마트 시장은 11개 업체가 각축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선두에 올라 시장을 이끌던 이마트를 필두로 킴스클럽, 롯데마그넷, 하나로마트, 엘지마트, 메가마트, 아람마트, 탑마트 등 국내 업체들과 월마트, 까르푸, 코스트코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까지 한국 대형마트 시장을 선점하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업체가 뛰어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했지만 홈플러스는 창립 3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기록하고 4년차에 업계 2위를 꿰찼다. 10년이 지난 2009년에는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며 연 평균 신장률이 50%에 육박하는 성공신화를 썼다. 이후 5년, 롯데마트에 업계 2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홈플러스의 견고함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이 같은 홈플러스 성장의 배경에는 15년간 홈플러스를 이끌어온 이승한 회장의 ‘혁신’이  있었다. 지금은 당연해진 1층에 푸드코트 등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당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고객중심의 매장 구성 등 혁신적인 운영으로 그는 물류·유통가의 스타 CEO였다. 하지만 긴 시간동안 회사를 이끌던 그의 영향력이 너무 컸었던 탓일까.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난해 5월 이후 홈플러스는 여러 악재를 헤쳐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1년 6.1%이던 영업이익률이 3.4%까지 곤두박질 쳤다. 원인은 2011년까지만 해도 30~40억원 수준이었던 모회사 테스코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700억원대로 늘어난 데 있다. 로열티가 1년 만에 20배 넘게 늘어난 것.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다른 해외 계열사와 형평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창립부터 이끌던 이 회장이 물러나자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테스코가 자사의 가장 큰 계열사인 홈플러스의 단물빼기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로열티 급증이 야기한 문제는 영업이익률 악화에만 있지 않다.

모회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20배 이상 늘어나다보니 직원 임금은 오를 수가 없었다. 최근 홈플러스 노조는 임금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대형마트 최대 성수기중 하나인 추석기간, 전국 지점에서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회사 이미지도 곤두박질 쳤다.

‘경품조작’ 사건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 2012년 홈플러스 직원은 당첨자를 조작해 친구가 당첨되도록 한 정황이 드러났고 지난 2월 경품 행사에서는 ‘당첨자에게 연락이 되지 않아 전하지 못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미루다 언론 취재 이후 부랴부랴 지급했다.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 홈플러스의 뒷수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또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건당 2000~4000원으로 팔아넘긴 보험서비스사업 논란의 뒷수습도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적 급락에 회사 이미지까지 엉망이 된 이 시점에서 홈플러스가 단순 매출실적 확대를 위한 땡처리 행사 ‘홈플러스 기(氣)세일’만 진행하고 있는 모습은 ‘혁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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