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벌백계’ 朴불호령이 절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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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벌백계’ 朴불호령이 절실한 사람들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08.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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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는 사람들은 일벌백계로…(다스리겠다)”. 선임들의 구타 및 가혹행위로 숨진 이른바 ‘윤일병 사망사건’이 수면위에 떠오른 지 일주일 여 만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같은 대통령의 ‘추상같은’ 불호령이 떨어지자 단 몇 시간 만에 국회의원들의 질타에도 담담하게 대처해왔던 육군참모총장과 경찰청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의 ‘일벌백계’ 말 한마디에 불분명한 책임소재로 지지부진했던 상황이 급전환된 것이다.

이 같은 ‘불호령’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하나 더 있다. 답답한 진전으로 국민의 피로감만 높이고 있는, 바로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및 특별법제정 협상 테이블이다.

아이러니하게도 7·30 재보선 이후 세월호 협상의 앞날은 더 ‘깜깜’해졌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표심을 호소하던 선거전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

세월호 참사와 인사난맥의 후폭풍으로 집권당의 선거참패가 예상된 것과 달리 여당이 승기를 잡아서일까. 새누리당은 선거승리 후 ‘강경모드’를 운운하며 “모든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마치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것과 같다.

야당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 세월호 협상은 잠시 미뤄둔 듯하다. 6월 지방선거의 무승부 성적표까지 7월 선거의 참패로 빛이 바래면서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는 등 존립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당 재건과 혁신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제 살길 찾기에 만 여념 없는 모습이다.

이렇듯 재보선 이후 여야가 승리감에 취해 또는 제 살길을 찾기 위해 세월호 현안에서 등을 돌린 사이 유가족은 무더위 속 외로운 단식 농성에 쓰러져가고 있다.

국민 손으로 뽑은 국회가 국민이 가려워하는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고 있다면 여론을 대신해 이를 지적, 쓴소리하는 것 역시 대통령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연일 거부하자 “청문회 전에 개인적 비판과 가족문제가 거론되는 데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렵고, 높아진 검증 기준에 맞는 인물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국회를 향해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이젠 그 눈총이 세월호 협상테이블로 옮겨가야 한다. ‘세월호 국회’라며 뭐든 다 할 기세로 5월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지금은 빈손으로 7월 임시국회 끝자락에 서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야를 향한 박 대통령의 ‘불호령’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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