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죄 없는 대한항공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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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죄 없는 대한항공의 속사정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4.08.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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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올해 항공업계에 연이어 터지고 있는 국제 항공사고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국적 항공사를 대표하는 대한항공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유인즉슨 원치 않는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국제 대형 항공사고는 3건이나 발생했다.

이 중에는 지난달 17일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중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5명이 전원 사망하는 끔찍한 참사도 있었다.

일부 언론들은 이를 과거 대한항공의 피격사건까지 들춰내 기사화 하기도 했다.

항공역사상 미사일 격추로 사고가 난 민간 항공기는 총 7대였는데, 이 가운데 두 건의 격추사고가 대한항공의 이름으로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1978년 4월 20일 파리에서 서울을 향하던 대한항공 902편이 항법장치 이상으로 러시아(당시 소련) 영공을 침범, 소련 전투기가 쏜 미사일에 날개 끝이 손상된 사건으로 109명 중 2명이 사망했다.

1983년 9월 1일에도 뉴욕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사할린 부근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돼 269명 전원이 사망한 참사의 아픈 과거가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말레이시아항공 피격 사건과 1980년대 냉전 구도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격추 사건과는 연관성이 없다”며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 사고를 대한항공 사고와 연관 지어 보도하는 것을 지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행 착륙사고가 났을 당시에도 1997년 발생한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와 비교해 분석 기사가 곳곳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항공사고가 날 때마다 자사와 결부짓는 행태에 다소 억울할 만도 할 것이다.

괌 참사를 겪고 절치부심한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15년째 인명사고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항공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안전업무와 관련된 조직과 시설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안전 부문에는 매년 1000억원 이상, 국내 최대 규모의 예산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니 하소연 아닌 하소연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우리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해야 되는가 싶다”며 “동종업계의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아프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수 십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항공업계 전체가 느끼는 바가 클 것이다. 안전사고의 대가는 그만큼 가혹하고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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