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표 체제에 공식적인 문제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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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대표 체제에 공식적인 문제 제기한다"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9.12.1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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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조기전대론’ 꿈틀꿈틀…비주류 움직이는 속사정

"민주당이 4대강, 세종시 등에서 제대로 얻어낸 것 없다"
지도부 뿐만 아니라 일부 강경파 초·재선 의원들도 불만

▲ /사진=뉴시스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분열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감지되는 등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 비주류들이 최근 지도부 행보에 대해 잇달아 불만을 토로하는 등 당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내 일각에선 이미 조기 전당대회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박지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부 강경파 초·재선 의원들 역시 정세균 대표 체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내부 갈등은 격화되는 분위기다.

민주연대와 국민모임 등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조만간 잇따라 회합을 갖고 정세균 대표 체제에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안의 야당'이라고 불리우는 민주연대는 오는 11일 창립 1주년을 기념해 ‘민주개혁세력의 통합과 연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 계획이고,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과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국민모임)'은 오는 22일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형식은 토론회지만, 모임의 성격으로 볼 때 연말 예산국회에서 무기력증을 연출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대한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국민모임의 경우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 등을 놓고 정세균 대표와 대립각을 형성했지만 10월 재보선을 계기로 정 대표의 입지가 굳혀지자 침묵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박주선 최고위원이 이강래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하며 지도부 내에서조차 불협화음이 발생하자 '당내 불만'을 토로하며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강창일 의원이 이끌고 있는 '국민모임'은 최근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갖고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하에 다른 의원들의 참여도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당 지도부에 대한 비주류의 이런 방식의 견제는 갈수록 심화되는 형국인데, 강경파의 활동 반경도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10일 오전 당무위원회를 열고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시ㆍ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등은 선거일 120일까지 당직을 사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당규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지역위원장 등은 중앙당이 새로운 지역위원장 임명 등을 통해 당내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포스트DJ' 자리를 놓고 정세균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정동영 무소속 의원도 제목소리 내기에 여념이 없다.

정 의원은 지난 9일 전북지역 정치부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복당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공세에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저울질이다"라고 밝힌 뒤 "무엇이 옳으냐로 판단하고 스스로 그렇게 해왔다고 자부해 온 나는 지금도 민주당과 함께 가는 것이 길"이라며 복당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정동영, "민주당과 함께 간다" 복당 의지

정 의원은 특히 "내 입장은 미국에서 귀국할 때부터 재선거에 출마할 때, 또 선거 끝나고 당선 연설할 때,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일관돼 있다"면서 "어렸을 때 어머니가 경우지게 살라고 하신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민주당의 옷을 다시 걸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의사표현 방식도 있는 것인 만큼 내 자신의 원칙대로 갈 것이다. 원칙이라는 것은 당장 코앞의 문제도 있지만 조금 더 크게 보자는 것"이라며 "가능한 빨리 하나가 돼 그 안에서 더 큰 통합, 연대에 나서야 한다"라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정 의원은 베트남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16일 이후에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정 의원의 복당 문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자, '민주세력 분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당 지도부가 하루 빨리 정 의원의 복당 문제를 매듭짓지 못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이 형성돼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조배숙 의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 의원 복당에 대한 시기와 방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민주세력의 통합이라는 대의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당 지도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지적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정세균 대표가 당내 통합과 혁신 등을 추진해 나가기에는 속도가 안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행마가 답답한 것 같다"며 "정동영 의원 뿐만 아니라 신 건, 유성엽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든 이를 아우르는 통합의 일환으로 이들의 일괄복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 외에 4대강 예산안, 세종시 등에 대처하는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에서 전날 강행처리된 국토해양위의 4대강 예산과 관련, "불법 날치기 처리된 이 안은 예결위에서 상정될 수 없기 때문에 예산심의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원천무효인 법을 예결위에서 심사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를 원천무효라고 말만하고 (왜)행동이 수반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화살을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돌렸다.

그는 "(예결위 심사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위법과 불법 행위에 동조하는 공범이 되는 것"이라면서 "국회법을 준수한다는 차원에서 확실한 특단의 조치를 세울 것을 원내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민주당 당론으로 정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해 다른 지도부들도 술렁이게 했으며, 이 원내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총회 같은 자리에서 말하면 되지, 꼭 공개석상에서 그런 발언을 꼭 해야 하는가"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비공개 회의에서 "민주당이 4대강, 세종시, 노동법 문제, 예산 심의, 언론관계법 등 5대 문제에 대해 제대로 얻어낸 것이 없다"면서 투쟁의 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지도부 일각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박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부 강경파 초·재선 의원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내부 갈등은 격화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내 초·재선 모임인 '다시 민주주의' 의원들은 지난 3일 4대강 사업 예산 심사와 관련, "예산 삭감 투쟁이 아니라 저지투쟁을 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강경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예산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내년 예산 3조2000억원을 수자원 공사에 부담시키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도 "최근 민주당이 여러 현안에 대해서 확실히 무언가를 한 적이 없었다"면서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 원내대표가 지난 언론관계법 처리에서 협상을 강조해 결국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를 가능하게 해준 데 이어 예산 문제에서도 같은 '우'를 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데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정세균 리더십에 대한 우려 목소리 높다"

당내 한 관계자는 "4대강 예산, 세종시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놓고 장외로 돌고 있는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당내 비주류을 포함한 강경파 세력들이 지도부 흔들기에 나선 것은 12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 돌입할 지방선거 '공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전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정치전문가는 "조기 전대론을 띄우기 위한 군불 때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관측한 뒤 "국민모임 등에서 일단 연말까지는 지켜보고, 예산국회의 결과를 본 뒤 연초부터는 본격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다"고 전망했다.

당장은 당내 분열을 우려해 침묵하겠지만, 4대강과 세종시 등의 현안에서 한나라당에게 지금처럼 끌려다닐 경우 조기 전대를 통한 지도부 교체로 당 분위기를 180도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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